불교는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不二法門)입니다. 공간적으로는 온 우주가 하나이며, 시간적으로는 한 순간과 영원이 하나라는 것입니다. 나와 남이 하나이고, 마음과 몸이 하나이고, 고와 락이 하나이며, 현실과 영원의 세계가 하나입니다. 이 세상의 잡다한 현상들은 이렇게 ‘하나’가 펼쳐내는 다양한 모습에 불과합니다.

진리의 참된 성품은 참으로 미묘해서 고요한 본 모습을 지키지 않고 인연 따라 갖가지 모습을 현출하는 것입니다.그러나 모든 것을 차별적인 모습으로 보는 범부들은 이러한 모든 것이 하나라는 진리를 알지 못합니다. 둘로 갈라짐의 세계는 공간적으로 한계가 있는 세계이며 시간이 성립하는 세계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무차별의 세계로부터 차별의 세계가 시작되고, 시공을 초월한 부처님의 세계로부터 고통에 찬 중생의 세계가 성립되었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한 생각 때문입니다. 한 생각 무명으로 인해 차별의 세계, 중생의 세계가 전개되었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화엄경의 일체유심조(一切唯心造)란 말과 같이 마음은 위대한 힘입니다. 마음이라는 위대한 에너지는 생각(念)을 타고 흘러나와 물질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로 부처와 중생의 차이는 이 한 생각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한 생각이 어리석으면 곧 중생이요, 한 생각 깨치면 즉 부처인 것입니다. 시공의 세계가 시공을 초월한 부처의 세계로부터 전개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본질이 바로 부처임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본질이 부처의 마음인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중생이라고 이름합니다.

수행의 길, 성불의 길은 깨달음의 길이요, 시공을 초월한 행로이며, 우리의 본성이 부처임을 투철히 믿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하는 형극의 길입니다.

참선과 명상, 기도 등은 우리들의 부조리한 생각을 걷어내고 부처님과 하나되고 본질과 하나되는 경건한 작업인 것입니다. 결국 모든 수행은 생각의 단속이며, 부조리한 염의 극복이며, 본 고향으로의 회귀입니다.

왜 우리가 끊임없이 정진하면 평안한가? 왜 우리가 끊임없이 기도하면 영험한 결과를 얻게 되는가? 그것은 우리가 무명을 걷어내고 광명의 세계, 부처님의 세계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정화를 통해 삼계육도가 갈라지고 중생이 부처로 변모되어 가는 것입니다.

한 생각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 나의 미래를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한 생각이 곧 나의 운명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생각을 잘 갈무리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요체이며 성불의 길입니다.생각은 생각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이어갑니다. 이렇게 계속된 생각은 어떤 힘을 갖게 됩니다. 이른바 습관이라는 것을 형성하게 되지요.

따라서 습관으로 굳어지고 업으로 고착되기 전에 한 생각 한 생각 점검해 나가는 길이 참선의 길이고 명상의 길입니다.

그러나 모든 신행과 수행도 신심과 원력이 받침됨으로써 비로소 힘을 얻게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욕구가 아니라 중생들의 이익과 중생들의 행복을 위한 바람을 원력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력에는 중생들에 대한 무한한 자비심이 깃들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중생이 부처님과 하나임을 확신하고 하나인 마음, 모든 중생들에 대한 자비심이 없이는 참된 수행자의 길을 갈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심과 원력입니다.

<미국 하버드대 초청 강연내용 중에서>

본래 부처 마음인데 깨닫지 못해 중생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