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피동형으로 만들지 마라

-가급적 능동형으로
-이중피동을 피하라

피동문이란 피동사가 서술어로 쓰인 문장을 말한다.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없는 무생물(무정물)을 주어로 한다. 우리말에서도 이 같은 피동형이 쓰이기는 하나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우리말 동사 자체에 피동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얘기할 때는 대부분 행위의 주체를 주어로 삼아 말하므로 문장도 능동형으로 써야 자연스럽다.

영어의 영향을 받아 피동형 문장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영어에서는 동사의 유형을 바꿈으로써 능동문과 피동문이 자유롭게 구사되고, 무생물을 주어로 쓰는 데 익숙해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피동형을 쓰면 문장이 어색해지거나 행위의 주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뜻이 모호해지고 전체적으로 글의 힘이 떨어진다. 불가피하거나 완곡하게 표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능동형으로 쓰는 것이 좋다.

요즘은 피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여지다' '모여지다' '쓰여지다' '짜여지다' '바뀌어지다' 등 '피동사+어(아)지다' 형태의 이중피동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피동의 뜻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으나 무의미하게 피동을 겹쳐 쓰는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1.가급적 능동형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에서 보듯 피동형으로 문장을 쓰면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글의 힘이 떨어진다. 또 피동형 문장은 주체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읽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어렵다.

피동형을 심하게 사용하면 조심스러운 듯하고, 완곡하다 못해 도망가는 듯한 글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피동형을 피할 수 없지만, 가능하면 주체를 분명하게 하고 주의·주장이 잘 드러나도록 능동형으로 작성해야 글의 힘이 살아난다.

◆고득점 재수생이 선호하는 의예·한의예과 등은 재학생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선택이 요구된다'는 피동 표현보다 '선택을 해야 한다'는 능동 표현이 자연스럽고 힘이 있다.

☞고득점 재수생이 선호하는 의예·한의예과 등은 재학생들이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고득점 재수생이 선호하는 의예·한의예과 등은 재학생들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고득점 재수생이 선호하는 의예·한의예과 등을 선택할 때 재학생들은 신중해야 한다.

◆서울대가 대학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자어 실력을 평가한 결과 60%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되는 것은 조사의 대상이지 조사 결과가 아니므로 '~로 조사됐다'는 피동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대부분 '~로 나타났다'로 바꾸면 된다.

☞서울대가 대학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자어 실력을 평가한 결과 60%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가 대학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자어 실력을 조사한 결과 60%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적격 출제위원 선정과 복수 정답 시비 등 수능시험 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 물의가 빚어진 바 있다.

'물의를 빚다' '물의를 일으키다'는 자연스럽지만 피동형인 '물의가 빚어지다'는 어색한 표현이다. '말썽이 빚어지다'도 마찬가지다.

☞부적격 출제위원 선정과 복수 정답 시비 등 수능시험 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정부 당국의 방송정책 분야에서 국내 방송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후속적인 세부 정책은 신중하게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피동형 문장으로 행위의 주체가 모호하게 구성돼 있고, 조심스럽게 표현한 듯해 글의 힘이 떨어진다.

☞정부 당국은 국내 방송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후속적인 세부 방송 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

◆그 방면의 석학들에게 응분의 연구비를 지급하고 좋은 강의를 하도록 한다면 학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고 우리의 지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고'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의 피동형보다 '불러일으키고' '끌어올릴 수 있다' 의 능동형이 주의·주장을 분명하게 한다.

☞그 방면의 석학들에게 응분의 연구비를 지급하고 좋은 강의를 하도록 한다면 학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지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가시화되면 남북 교류도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화(化)하다'가 '그렇게 되거나 되게 하다'는 뜻이므로, 가능하면 '~화하다'를 '~화되다'로 쓰지 않는 게 좋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가시화하면 남북 교류도 보다 구체화할 것이다.

◆정부에 의해 운영되던 사회복지시설이 지금은 대부분 민간에 의해 위탁 경영되고 있다.

'~에 의해 ~되다'는 영어식 피동문(be동사+과거분사+by~)을 그대로 옮긴 듯한 표현으로, 우리말 체계와 다르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경우 '~에 의해'를 쓰면 피동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운영하던 사회복지시설을 지금은 대부분 민간이 위탁 경영하고 있다.

◆무용인들의 축제인 서울무용제에서 연기상이 주어진 무용수에게는 상패와 해외시찰의 기회가 주어지며, 남자 무용수에게는 병역 특혜가 주어진다.

'주다'의 피동형인 '주어지다'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주다' '받다'는 표현으로 충분하나 영어식 피동 표현인 '주어지다(be given)'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무용인들의 축제인 서울무용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무용수에게는 상패와 해외시찰의 기회를 주며, 남자 무용수에게는 병역 특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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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중피동을 피하라

요즘 언어 습관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가 이중피동의 남발이다. '부르다'의 피동인 '불리다'를 예로 들면 '불리우다' '불리워지다' 등 피동형에 피동 접미사를 이중·삼중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무 의미 없이 피동을 겹쳐 쓰는 것으로 우리말의 언어 체계를 파괴하는 일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피동형 문장 자체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마당에 한발 더 나아가 무의미한 이중피동을 마구 사용한다면 글을 평가하는 사람으로서는 좋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글에서만큼은 이중피동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모여진 성금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여질 것으로 보여진다.

'모여진' '쓰여질' '보여진다'는 모두 이중피동이다.

☞모인 성금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 의해 자연이 훼손되어지는 무분별한 녹지개발 사업이 되풀이되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훼손되어지는' '되풀이되어져서는'은 이중피동이다. 전체적으로도 피동 표현으로 문장이 어색하고, 글의 힘이 떨어진다.

☞당국은 자연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녹지개발 사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이 동북아의 주역으로서 우뚝 설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마련되어져야'는 이중피동이며, 능동인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가 자연스럽다..

☞한국이 동북아의 주역으로서 우뚝 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지향하는 국가 운영의 마스터플랜이 새로 짜여져야 한다.

'짜여져야'는 이중피동으로, 능동인 '마스터플랜을 새로 짜야 한다'가 글의 힘을 더한다.

☞과거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지향하는 국가 운영의 마스터플랜을 새로 짜야 한다.

◆검찰은 ○○○씨가 주식 수십만 주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이 주식이 로비에 쓰여졌는지도 확인 중이다.

'쓰여졌는지'는 이중피동이며, 능동인 '주식을 로비에 썼는지도'로 해야 주체가 분명해진다.

☞검찰은 ○○○씨가 주식 수십만 주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씨가) 이 주식을 로비에 썼는지도 확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