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비망노트
자유게시판
개인연구실 세상사는 이야기 공 부 방 자연과학이야기
나의 산행 일지 산행일지
왕초보 자평명리 명리 연구 자료실 이름감명프로그램
193342 번째 방문객 (오늘 40명)
|
우동 한그릇(제3편)
다시 일년이 지났다.
북해정에서는,밤 9 시가 지나서부터 <예약석>이란 팻
말을 2 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 세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또 다음 해에도, 2 번 테이블을 비우고
기다렸지만,세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북해정은 장사가 번성하여,가게 내부 수리를 하게
되자,테이블이랑 의자도 새로 바꾸었지만 그 2 번 테이
블만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새 테이블이 나란히 있는 가운데에서, 단 하나 낡은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 있는 것이다.
'어째서,이것이 여기에?' 하고 의아스러워 하는 손님
에게,주인과 여주인은 <우동 한그릇>의 일을 이야기하
고,이 테이블을 보고서 자신들의 자극제로 하고 있다.
어느 날인가 그 세사람의 손님이 와줄지도 모른다.그
때 이 테이블로 맞이하고 싶다,라고 설명하곤 했다.
그 이야기는, '행복의 테이블'로써, 이 손님에게서 저
손님에게로 전해졌다.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와 우동을
먹고 가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그 테이블이 빌때까
지 기다렸다가 주문을 하는 젊은 커플도 있어 상당한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고나서 또,수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해 섣달 그
믐의 일이다.
북해정에는, 같은 거리의 상점회 회원이며 가족처럼
사귀고 있는 이웃들이 각자의 가게를 닫고 모여들고 있
었다.
북해정에서 섣달 그믐의 풍습인 해넘기기 우동을 먹
은 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동료들과 그 가족이
모여 가까운 신사(神社)에 그 해의 첫 참배를 가는 것이
5, 6 년 전 부터의 관례가 되어 있었다.
그날 밤도 9 시 반이 지나 생선가게 부부가 생선회를
가득 담은 큰 접시를 양손에 들고 들어온 것이 신호라
도 되는 것처럼,평상시의 동료 30 여명이 술이랑 안주
를 손에 들고 차례차례 모여들어 가게 안의 분위기는
들떠 있었다.
2 번 테이블의 유래를 그들도 알고 있다.입으로 말은
안 해도 아마,금년에도 빈 채로 신년을 맞이할 것이라
고 생각했지만 '섣달 그믐날 10 시 예약석' 은 비워 둔 채
비좁은 자리에 전원이 조금씩 몸을 좁혀 앉아 늦게 오
는 동료를 맞이했다.
우동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서로 가져 온
요리에 손을 뻗히는 사람,카운터 안에 들어가 돕고 있
는 사람,멋대로 냉장고를 열고 뭔가 꺼내고 있는 사람
등등으로 떠들썩했다.
바겐세일 이야기,해수욕장에서의 에피소드,손자가
태어난 이야기 등,번잡함이 절정에 달한 10 시 반이 지
났을 때,입구의 문이 드르륵,하고 열렸다.
몇사람인가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며 동시에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오버코트를 손에 든 정장 슈트 차림의 두 청년이 들
어 왔다.다시 얘기가 이어지고 시끄러워졌다.여주인이
죄송하다는 듯한 얼굴로 '공교롭게 만원이어서' 라며 거
절하려고 했을 때 화복(일본옷) 차림의 부인이 깊이 머
리를 숙이며 들어와서, 두 청년 사이에 섰다.
가게 안에 있는 모두가 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인다.
화복을 입은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그 말을 들은 여주인의 얼굴색이 변했다.십수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 젖히고,그 날의 젊은 엄마와 어
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진다.
카운터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주인
과,방금 들어온 세 사람을 번갈아 가리키면서,
"저...... 저...... 여보 !"
하고 당황해 하고 있는 여주인에게 청년 하나가 말
했다.
"우리는,14 년 전 섣달 그믐날 밤,모자 셋이서 일인
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
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후, 우리는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했습니다.
저는 금년,의사 국가 시험에 합격하여 교오또의
대학병원에서 소아과의 병아리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
다만,내년 4 월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 인사도 하고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왔습니다.그리고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교
오또의 은행에 다니는 동생과 상의해서,지금까지 인생
가운데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섣달 그믐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
을 찾아와 3 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여주인과 주인의 눈에
서 왈칵 눈물이 넘쳐 흘렀다.
입구에서 가까운 테이블에 진을 치고 있던 야채 가게
주인이,우동을 입에 머금은 채 잇다가 그대로 꿀꺽하
고 삼키며 일어나,
"여봐요 여주인 아줌마 ! 뭐하고 있어요 ! 십년간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섣달 그믐날
10 시 예약석이잖아요. 어서 안내해요.안내를 !"
야채 가게 주인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 2 번 테이블
우동 3 인분 !"
무뚝뚝한 얼굴을 눈물로 적신 주인,
"네엣 ! 우동 3 인분 !"
예기치 않은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서는 조
금 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그치고,갓 내린 눈에 반사
되어 창문의 빛에 비친 <북해정>이라고 쓰인 옥호막이
한발 앞서 불어제치는 정월의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 이 글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
1184 번째로 읽음
작성 일자 : 2005/02/12 20:03
수정 일자 : 2005/02/12 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