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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41 번째 방문객 (오늘 39명)

우동 한그릇(제3편)


다시 일년이 지났다.
북해정에서는,밤 9 시가 지나서부터 <예약석>이란 팻
말을 2 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 세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또 다음 해에도, 2 번 테이블을 비우고
기다렸지만,세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북해정은 장사가 번성하여,가게 내부 수리를 하게
되자,테이블이랑 의자도 새로 바꾸었지만 그 2 번 테이
블만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새 테이블이 나란히 있는 가운데에서, 단 하나 낡은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 있는 것이다.

'어째서,이것이 여기에?'  하고 의아스러워 하는 손님
에게,주인과 여주인은 <우동 한그릇>의 일을 이야기하
고,이 테이블을 보고서 자신들의 자극제로 하고 있다.
어느 날인가 그 세사람의 손님이 와줄지도 모른다.그
때 이 테이블로 맞이하고 싶다,라고 설명하곤 했다.

그 이야기는, '행복의 테이블'로써, 이 손님에게서 저
손님에게로 전해졌다.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와 우동을
먹고 가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그 테이블이 빌때까
지 기다렸다가 주문을 하는 젊은 커플도 있어 상당한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고나서 또,수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해 섣달 그
믐의 일이다.

북해정에는, 같은 거리의 상점회 회원이며 가족처럼
사귀고 있는 이웃들이 각자의 가게를 닫고 모여들고 있
었다.
북해정에서 섣달 그믐의 풍습인 해넘기기 우동을 먹
은 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동료들과 그 가족이
모여 가까운 신사(神社)에 그 해의 첫 참배를 가는 것이
5, 6 년 전 부터의 관례가 되어 있었다.

그날 밤도 9 시 반이 지나 생선가게 부부가 생선회를
가득 담은 큰 접시를 양손에 들고 들어온 것이 신호라
도 되는 것처럼,평상시의 동료 30 여명이 술이랑 안주
를 손에 들고 차례차례 모여들어 가게 안의 분위기는
들떠 있었다.

2 번 테이블의 유래를 그들도 알고 있다.입으로 말은
안 해도 아마,금년에도 빈 채로 신년을 맞이할 것이라
고 생각했지만 '섣달 그믐날 10 시 예약석' 은 비워 둔 채
비좁은 자리에 전원이 조금씩 몸을 좁혀 앉아 늦게 오
는 동료를 맞이했다.

우동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서로 가져 온
요리에 손을 뻗히는 사람,카운터 안에 들어가 돕고 있
는 사람,멋대로 냉장고를 열고 뭔가 꺼내고 있는 사람
등등으로 떠들썩했다.
바겐세일 이야기,해수욕장에서의 에피소드,손자가
태어난 이야기 등,번잡함이 절정에 달한 10 시 반이 지
났을 때,입구의 문이 드르륵,하고 열렸다.

몇사람인가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며 동시에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오버코트를 손에 든 정장 슈트 차림의 두 청년이 들
어 왔다.다시 얘기가 이어지고 시끄러워졌다.여주인이
죄송하다는 듯한 얼굴로 '공교롭게 만원이어서' 라며 거
절하려고 했을 때 화복(일본옷) 차림의 부인이 깊이 머
리를 숙이며 들어와서, 두 청년 사이에 섰다.

가게 안에 있는 모두가 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인다.
화복을 입은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그 말을 들은 여주인의 얼굴색이 변했다.십수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 젖히고,그 날의 젊은 엄마와 어
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진다.

카운터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주인
과,방금 들어온 세 사람을 번갈아 가리키면서,
"저...... 저...... 여보 !"
하고 당황해 하고 있는 여주인에게 청년 하나가 말
했다.

"우리는,14 년 전 섣달 그믐날 밤,모자 셋이서 일인
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
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후, 우리는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했습니다.
저는 금년,의사 국가 시험에 합격하여 교오또의
대학병원에서 소아과의 병아리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
다만,내년 4 월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 인사도 하고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왔습니다.그리고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교
오또의 은행에 다니는 동생과 상의해서,지금까지 인생
가운데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섣달 그믐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
을 찾아와 3 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여주인과 주인의 눈에
서 왈칵 눈물이 넘쳐 흘렀다.
입구에서 가까운 테이블에 진을 치고 있던 야채 가게
주인이,우동을 입에 머금은 채 잇다가 그대로 꿀꺽하
고 삼키며 일어나,
"여봐요 여주인 아줌마 ! 뭐하고 있어요 ! 십년간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섣달 그믐날
10 시 예약석이잖아요. 어서 안내해요.안내를 !"

야채 가게 주인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 2 번 테이블
우동 3 인분 !"
무뚝뚝한 얼굴을 눈물로 적신 주인,
"네엣 ! 우동 3 인분 !"

예기치 않은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서는 조
금 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그치고,갓 내린 눈에 반사
되어 창문의 빛에 비친 <북해정>이라고 쓰인 옥호막이
한발 앞서 불어제치는 정월의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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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수 영환아, 동기회 홈피에 남긴 우동한그릇 2편까지 읽고나서 글썽이는 눈물을 참아가며 여기들어와 3편을 마저 훔쳐 보고 가노라....3편을 올릴때까지 도저히 가다릴수가 없어서...비록 일본땅의 이야기이지만 찌들게 가난했던 내자신의 이야기 같기도하고 인정많은 북해정 주인 부부의 마음 씀씀이가 나를 더 울리는구나..
일요일 등산후 과음한 탓에 아직도 눈동자엔 핏기가 남아있는데 이놈의 이야기 때문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나니 눈은 더욱 충혈되고 혼자 있는데도 멋적어 지는구나. 여기 두 젊은이처럼 지독하게 노력을
안해서 그런지 의사도 은행원도 못 되었다만은 세끼 끼니라도 걱정없으니 얼마나 다행이냐.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이처럼 인정 많게 열심히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앞으론 날 울리지 말아줘.. 제발
2005/03/07 16:15
이름
암호
1183 번째로 읽음
작성 일자 : 2005/02/12 20:03
수정 일자 : 2005/02/12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