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유게시판
  |
개인연구실
  |
나의 산행 일지
  |
왕초보 자평명리
     

HOME
  비망노트
자유게시판
개인연구실
  세상사는 이야기
  공 부 방
  자연과학이야기
나의 산행 일지
  산행일지
왕초보 자평명리
  명리 연구 자료실
  이름감명프로그램

197070 번째 방문객 (오늘 50명)

묘지의 본질적 기능을 생각하자


[2005.9.22 조선일보 독자 칼럼]묘지의 본질적 기능을 생각하자


사회 지속·통합·연대 기능 어디로 사라지고 장법(葬法)만 규제하게 됐나

▲ 강동구·동국대 불교대학원 장례문화학과 강사

보건복지부가 최근 화장 유골을 강이나 산에 뿌리는 산골 등 자연장을 장려하고, 기존의 매장이나 납골을 억제하고자 ‘장사등에관한법률’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바람직하고 시대 변화 또한 잘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책과 제도의 지향성이 묘지가 가지는 본질적 기능을 소홀히 하고,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환경성·효율성·편의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묘지가 가지는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시켜 줌으로써 그 사회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전승시켜 사회의 지속성과 사회적 통합, 연대를 담보하는 것이다. 즉 묘지는 그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층 가치를 담아내는 사회·문화 제도이다. 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보다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고인을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기능이 충족된다는 전제하에 추구되어야 한다.


서구의 개인주의, 평등주의에 비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족주의, 공동체주의에 의해 조직화되어 있다. 요즘 서구나 미국은 지나친 개인주의가 가져오는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운동이 활발하다. 묘지제도도 그들 전통의 종교 공동체의 묘제와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족묘지제도로 회귀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가족주의의 전통가치를 여전히 사회체계의 근간으로 하면서도 묘지제도는 이러한 가치를 담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약화시키거나 파괴시키는 쪽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그나마 조상을 매개로 가족이 모여 사회 가치를 공유하고 전수하던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화의 장 하나가 섣부른 정책 지향으로 인해 곧 사라질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의 시발은 애초에 논점이 잘못 맞추어져 있었던 것에 기인한다.


제반 문제를 발생시킨 요인이 매장이나 납골이라는 장법(葬法)의 문제가 아니라, 장법을 시행하는 방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매장이나 납골 그 자체가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호도되었다. 환경파괴의 주범, 묘지난의 주범, 장례비용 증가의 주범이 되었다. 하지만 매장이나 납골도 적은 면적에 친환경적으로 얼마든지 조성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지향은 매장보다는 화장, 납골보다는 자연장이라는 식의 장법 규제가 아니라 어떠한 장법을 택하든 환경파괴, 국토잠식을 최소화하면서 우리의 기층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가족묘지, 종중묘지 등의 공동체묘지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묘지는 단순히 죽은 자들이 휴식하는 장소가 아니다. 묘지는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그 구성원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신념과 가치를 상징적으로 극화시켜 그 사회 구성원의 연대를 강화해주는 문화적 제도이다.


묘지를 한낱 환경파괴 없이 시신을 빠르고 쉽게, 위생적으로 처리해야 할 기능체로만 보는 것은 당대인의 문화적 천박함의 소치일 뿐이다.

828 번째로 읽음
작성 일자 : 2005/09/22 10:08
수정 일자 : 2005/09/22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