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부처님 존재하는 이유,우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내가 왜 지금 웃었는가 하면…”

부처님이 길을 가다 도로에서 잠시 비켜난 곳으로 내려가시더니 어떤 장소에 이르러 빙긋 웃습니다. 아난존자의 뇌에 물음표가 떠오릅니다.

‘어? 방금 부처님이 미소 지으셨다! 뭐지? 부처님은 아무런 이유 없이 미소 짓는 분이 아니신데….’ 궁금한 것을 마음에 담지 않고 아난존자는 여쭙습니다.

“부처님, 지금 빙긋 웃으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처님은 까닭 없이 미소 짓지 않기 때문입니다.”

별 걸 다 묻는다 싶기도 하지만 경전 속 부처님은 시시콜콜 “왜 그러시는가?”를 여쭙는 아난존자에게 당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분명 부처님은 이런 질문을 기다리셨던 모양입니다. 부처님은 “내가 왜 지금 웃었는가 하면…”이라고 말문을 여십니다. 그리고 법문이 쏟아집니다.(맛지마 니까야 81번째 경)

세상에 부처님 존재하는 이유

우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불교는 질문의 종교입니다. 대화의 역사가 불교의 역사입니다. 불자는 질문하는 사람이고, 붓다는 답하는 사람입니다. 불자는 길을 찾는 사람이고, 붓다는 길을 가리키는 사람입니다.

목적지를 향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묻지 않는 사람에게 길을 가리켜줄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내비게이션이 자동차에 장착되었더라도 어딘가로 가고 싶다고 먼저 이쪽에서 길을 묻지 않으면 쓸모가 없습니다. 의미 없는 먹통일 뿐입니다.

세상에 부처님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함입니다. 뭐든 물어야 합니다.

초기경전에 보면 부처님을 뵙고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물러나온 불자들이 사리불이나 가전연과 같은 존자를 다시 뵐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가전연 존자는 부처님 설법에서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자신에게 다시 묻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벗들이여, 그걸 왜 내게 묻습니까? 그대들은 부처님께 여쭈어야 했습니다. 마치 나무 속재목(心材)이 필요해서 숲으로 온 사람이 거목에서 속재목이 있음직한 부분을 보고도 지나친 뒤에

나뭇가지나 잎사귀 사이에서 찾는 것과 같이, 그대들은 세존을 친견하고도 세존을 지나쳐서 세존의 제자인 내게 그 뜻을 묻는군요.

세존은 진정으로 눈이 있는 자, 앎과 진리가 있는 자, 설하는 자, 가르치는 자입니다. 그대들은 세존께 그 의미를 질문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세존께서 설명하실 때에 그것을 새겨들었어야 했습니다.”

(맛지마 니까야 138번째 경)

그러면 비구들은 자신들의 불찰을 인정하고 가전연에게 좀더 자세하게 부처님의 법문을 설명해달라고 청합니다. 가전연의 설명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마음 가득 기쁨이 차오릅니다.

궁금증이 풀렸고, 모호함이 해결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쁨에 가득 차서 돌아갑니다. 기쁘기 때문에 기꺼이 붓다의 가르침대로 살 수 있습니다.

경전의 마지막마다 “환희봉행(歡喜奉行)하더라”라는 구절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답이 나옵니다. 불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뭘 알아야 묻지요.”

멋진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괜히 창피를 당할까봐 불자들은 법회에서 묻지 못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모르니 묻는 거고, 그것도 모르냐고 창피를 당해야 사무치게 됩니다.

“지금 왜 웃으셨는가”라는 아난 존자의 질문도 부처님은 받아줍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도 괜찮습니다. 아니, 매우 훌륭한 질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무슨 까닭에 마하반야바라밀경을 말씀하셨을까?”

대지도론은 바로 이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부처님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답하셨을까요? 이것도 질문이라고 했느냐고 핀잔을 줄까요? 하지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처님들의 설법은 까닭 없이 베풀어지지 않고 부처님은 사소한 인연으로 입을 여시지는 않으니, 마치 수미산이 까닭 없거나 사소한 인연으로 요동하지 않는 것과 같다.”(대지도론 권1)

분명 무슨 이유가 있어 저토록 장황하게 반야경을 설법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이유를 여쭐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