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처방전“탐진치 세 가지 병을 다스려라”
세상에는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는 광풍이 붑니다. 온전하게 제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동서남북에서 불어대는 바람인데, 이익, 손실, 좋은 평판, 헐뜯음, 칭찬, 비웃음, 즐거움, 괴로움의 여덟 가지입니다.
어제는 사람들의 칭찬을 듬뿍 받았지만 그게 오히려 나를 옭아매서 오늘은 매섭고도 억울한 헐뜯음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괴로워서 한 순간도 견디지 못할 것만 같다가도 낯선 이의 격려에 새삼 힘을 얻고 즐거움을 되찾는 것이 우리 삶입니다.
행복해지면 거기에 마음을 덜컥 얹어서 “그래, 이건 내게 찾아온 행복이야. 나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라며 꼭 부여잡고[탐욕], 그러다 불행이 찾아오면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느냐”며 버럭 화를 냅니다[성냄]. 이렇게 일희일비하느라 갈피를 잡지 못하니 좋은 일이 생겨도 나쁜 일이 생겨도 어리벙벙해집니다[어리석음].
여덟 가지 바람을 평생 맞다보니 사람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병을 앓습니다. 어떤 사람은 세 가지 병을 모두 앓고 있기도 하고 어떤 이는 두 가지 혹은 한 가지 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이런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제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 <대지도론>에서는 탐욕의 병에 걸리면 부정관(不淨觀)으로 치유하고, 성냄의 병에 걸리면 자비관(慈悲觀)으로 치유하고, 어리석음의 병에 걸리면 인연관법(因緣觀法)으로 치유하라고 일러줍니다.
부정관은 끝없이 타오르는 욕망을 제거하기 위해 이 몸뚱이란 것이 얼마나 덧없고 불결한 것으로 이루어졌는지를 관찰하는 자세입니다. 옛 스님들은 공동묘지에 버려진 시신이 썩어 들어가는 모습을 관찰하며 “나”라는 생각, “내 몸”이라는 생각에 얽매인 집착을 버리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탐욕은 부정관, 성냄은 자비관
어리석음은 부정관으로 치유
자비관은 말 그대로 이 세상 모든 것을 향해 따뜻한 배려의 마음을 품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목소리도 듣기 싫고 그림자도 스치기 싫은 상대에게조차도 “당신도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마음을 품습니다.
이유도 조건도 달지 말고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인연관법은 세상의 모든 존재와 모든 사건은 인(因)과 연(緣)이 적절히 어우러진 것임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손바닥도 부딪쳐야 소리가 나듯이 그 일이 그렇게 터진 것에는 그럴 만한 인과 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익이라고 무작정 덥석 물지도 말고, 손해라고 무작정 화를 내지도 말며, 이 일이 어떤 인연으로 내게 왔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세 가지 질병에는 이렇게 각기 적절한 치료법이 있으니 자신이 지금 어떤 병에 걸렸는지를 살펴서 그에 알맞은 치료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다만, 치료법을 뒤섞어서는 안 되니 <대지도론>에서는 이렇게 주의사항을 일러줍니다.
“부정관으로 사유하는 것은 탐욕이라는 병에는 좋은 치료법이 되지만 성냄이라는 병을 고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잔뜩 화가 난 사람이 제 몸의 허물을 관찰하다가는 성냄의 불길이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비관으로 사유하는 것은 성냄이라는 병에는 좋은 치료법이 되지만 탐욕이라는 병을 고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자비로운 마음은 중생에게서 좋은 일을 찾고 공덕을 관찰하는 것인데, 탐욕스런 이가 이런 마음을 품는다면 탐욕이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연관법은 어리석음이라는 병에는 좋은 치료법이 되지만 탐욕과 성냄이라는 병에는 적당한 치료법이 될 수 없으니 왜냐하면 이미 올바르지 않게 대상을 관찰해서 탐욕과 성냄이라는 그릇된 견해를 일으켰으니, 그릇된 견해가 바로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다.”
약은 약사에게, 몸의 병은 의사에게, 그리고 마음의 병은 붓다의 처방전을 따르기를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