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를 만나는 것에 안심하라

“붓다를 만나는 것에 안심하라”

“뭐든지 주저하지 말고 질문하세요.”

불교교양대학의 강사로 강단에 서면 으레 이런 주문을 합니다. 초심자의 경우는 불교 용어를 전혀 몰라 멍하니 앉아 시간만 때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성이 손을 들더니 이렇게 내게 물었습니다.

“저기요, 이뭐꼬가 뭐예요?”

갑자기 찌르르하게 두통이 일었습니다. 뭐든 질문하라 했지만 너무 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제방선원을 떠돌며 은산철벽에 온 몸을 부딪치며 취모검을 휘두르는 눈 푸른 납자도 아니고, 그저 대학에서 불교를 전공하고 스승님께 배우고, 경전 조금 아주 조금 읽고, 번역 조금 하고, 칼럼 조금 쓴 것이 공부 밑천의 전부인 ‘강사’에 지나지 않는데 말입니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걸 보니 틀림없이 초심자들에게 ‘이뭐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이냐며 나의 뇌가 경련을 일으킨 모양입니다.

얼핏 질문하신 분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강사가 공부는 제대로 하고 강단에 섰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법거량은 아닌 듯합니다. 그 분은 정말 이뭐꼬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아, 예! 이뭐꼬라…. 그건 선불교에서 하는 말인데….”

긴 설명에도 불구하고 질문자가 고개를 갸웃하기에 다시 설명을 이었습니다. 역시 표정이 환해지지 않습니다. 나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육조 혜능대사가…”

주절주절 장황하게 설명하는 강사가 안 돼 보였는지 그 분은 어느 시점에서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다시 손을 들더니 이렇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세간서 안고 있는 여러 궁금증
붓다 아닌 일반인 시선서 설명

“그런데 그걸 왜 이뭐꼬라고 하지요?”

그 긴 설명을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나 잠깐 망설이다 문득 짚이는 게 있어서 되물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지금 보살님은 ‘이뭐꼬’라는 그 말 자체가 무슨 뜻이냐는 건가요?”

“예.”

“‘이것이 무엇입니까’라는 말의 경상도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순간 질문자의 얼굴이 아주 환하게 활짝 펴졌습니다. 그게 궁금했던 겁니다. 대체 ‘이뭐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걸 알고 싶었는데 어디 가서 물어볼 수도 없었고, 또 지금처럼 그걸 질문하면 장황한 선(禪)의 이론이 펼쳐지거나 뜬금없는 선문답으로 대답들을 해주는 바람에 정말 알고 싶었던 ‘이뭐꼬’를 알지 못했다가 이제야 그걸 알게 된 것입니다.

세간에는 정말 이렇게 다양한 궁금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부처님은 깨달은 자 붓다의 입장보다 김씨, 이씨, 박씨, 최씨 등등 온갖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르침을 펼치기로 마음먹은 분입니다. 그들이 궁금해 하는 걸 풀어주기로 결심한 분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붓다를 만나는 것에 안심하라고 합니다. 즉 믿어도 좋으며, 그런 붓다를 믿어야 점점 더 차원이 높아지는 진리의 바다에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막 깨달음을 얻은 뒤 설법하기를 주저하는 부처님에게 범천이 찾아와 요청한 내용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상 사람들 중에는 지혜로운 자, 고만고만한 자, 지혜롭지 못한 자의 상중하의 차별이 있는데 지혜롭고 곧은 마음을 잘 익힌 사람은 몇 마디 법문으로 쉽게 제도할 수 있겠으나 이런 사람이 불법을 듣지 못하면 온갖 재난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연꽃 중에도 물 밖에 나와서 활짝 꽃핀 것이 있는가 하면, 아직 물에서 나오지 못한 것도 있는데 이들이 햇빛을 받지 못하면 결코 꽃을 피우지 못할 것입니다. 부디 큰 자비로 그들에게 가르침을 들려주십시오.”(대지도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