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꾀로는 깨달음 얻지 못해

“얕은 꾀로는 깨달음 얻지 못해”

석가모니 부처님을 불신한 대표적인 제자가 데바닷타와 그 무리들입니다. 특히 데바닷타의 무리 가운데 코칼리카(kokalika, 구가리)비구는 불행을 자초한 인물로 경전에 등장하는 가련한 사람입니다. 어느 날 코칼리카 비구가 마을로 들어갔다가 옹기를 굽는 가마 근처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사리불과 목련존자가 가마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큰비가 내려 비를 피하느라 들어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가마를 나오는 두 존자의 뒤를 이어 소치는 여자가 가마에서 나왔습니다.

먼저 와서 비를 피하고 있던 그녀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두 사람은 끝까지 그녀를 의식하지 못한 채 그곳을 떠나갔습니다. 그런데 존자들을 지켜본 여자는 그들의 반듯한 모습에 반해버렸고, 욕정이 끓어올랐습니다.

사람의 표정을 보고 속마음을 잘 알아맞히는 코칼리카 비구가 애욕에 번뜩이는 여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코칼리카 비구는 도반들에게 달려가 말했습니다.

“난 오늘 아침 이 두 눈으로 똑똑하게 봤거든. 두 사람이 옹기 굽는 가마에서 여자와 무슨 짓을 했는지….”

도반들이 깜짝 놀라며 그에게 말했습니다.

“코칼리카여, 그 두 분을 근거 없이 의심하거나 비난하지 마시오. 두 분 스님은 부처님에게서 인정을 받은 수행자입니다.”

“흥! 여자들과 몰래 음란한 짓이나 하는 자들을 칭찬한 부처님도 알 만 하지 않소?”

평소 자신이 따르던 데바닷타가 부처님에게 인정을 받지 못해 늘 불만스러웠던 코칼리카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법의 장수(將帥) 또는 대중의 부모라 칭찬받던 두 존자에게서 흠을 찾아냈으니 그의 뒤틀린 심사는 걷잡을 수 없이 교만과 불신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부처님 불신한 코칼리카 비구
죽어서 결국 ‘나쁜 길’에 떨어져

한편, 도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처님과 두 존자를 향해 쏟아내던 코칼리카 비구의 욕설과 비난이 천신(天神)의 귀에도 들렸습니다. 그 천신은 사리불과 목련 존자의 교화를 받고 아나함(不還)이 되어 하늘의 존재로 태어난 자입니다. 그가 듣다못해 찾아와서 만류하자 코칼리카 비구가 물었습니다.

“그대는 두 존자 덕분에 아나함이 된 자 아닌가? 아나함이라면 인간세계에 돌아오지 않는 자격을 얻었는데 대체 무슨 볼 일이 남아 있어 내게 찾아온 것이오? 그렇다면 아나함은 불환(不還)이라는 부처님 말씀도 틀린 것이었단 말이로군.”

“제발 정신 좀 차리시오. 인간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다(不還)는 것은 윤회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오. 지금 나는 당신을 만나 충고하려고 잠시 온 것인 줄 왜 모른단 말이오!”

천신은 부처님을 찾아가 이 일을 고하였는데, <대지도론>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데바닷타의 큰 제자인 구가리(俱迦梨, 코칼리카)는 가르침을 믿지 않아 나쁜 길에 떨어졌으니, 이 사람은 부처님의 법을 믿지 않고 스스로 지혜를 부려 구하였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불법은 매우 깊어 그렇게 알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로 노래합니다.

“어리석은 범부는/ 짐작도 하지 못할 것을/ 헤아리려고 마음을 내는구나./ 지혜로운 이는 그러지 않으나/ 제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멋대로 헤아리는 이가 곧 무지한 범부라네.”

여법하게 수행하는 이들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수행의 결과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 얕은꾀와 분노로 가득 찬 마음으로 헐뜯은 코칼리카 비구는 죽어서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여러 경전에서는 말합니다. 불법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한 비구의 비참한 최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