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 부처님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 부처님”

경전을 읽다보면 부처님을 부르는 이름이 참 여러 가지입니다. 별명이 하도 많아 아예 여래10호라고 하여 따로 정리해두고 있을 정도인데 아시다시피 여래10호란,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입니다.

이 가운데 니카야 등 초기경전을 읽자면 사람들은 부처님을 향해 ‘부처님!’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여래시여!’ ‘선서시여!’ ‘세존이시여!’라고 부르는 경우를 더 많이 볼 수 있으며 특히 ‘세존이시여!’라는 호칭을 가장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 믿음을 일으키지 않았거나 붓다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한 번 시험해보려고 찾아온 사람들은 여래10호의 호칭을 쓰지 않고 그저 출가하기 전 부처님 세속의 성을 따서 ‘고타마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들의 ‘고타마여!’라는 호칭은 부처님의 법문이 끝난 뒤 ‘세존이시여!’라고 슬그머니 바뀌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래십호 가운데 믿음을 지닌 불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름이 ‘세존’이 아닐까 합니다.

세존(世尊)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이란 뜻을 가진 한자어입니다. 인도말로는 바가밧(Bhagavat)이라고 합니다. 바가밧은 불교 이전 인도에서 오래전부터 써오던 말입니다.

베다 ‘스승’ 부르던 호칭에서 비롯
종교의미 두드러지고 신격화된 것

사전에는 “복덕을 갖춘 자라는 뜻이다. 베다성전이나 서사시에서 제자가 스승을 향해 ‘스승님(선생님)’이라 부를 때 쓰던 말인데, 불교가 그것을 채용한 것이다. 훗날 고타마 붓다가 신격화되어감에 따라 이 바가밧이라는 말도 종교적 의미가 두드러지게 되었으며, 한역불전에서는 세존이라 번역되었다”(나카무라 하지메 지음, 불교어대사전, 819쪽)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바가밧이라는 말은 나중에 힌두교에서도 신의 칭호로 쓰였으며, 중국으로 이 말이 건너와서는 서진(西晉) 이전에는 중우(衆祐)라는 말로 한역되었다가 차차 세존이라는 번역어로 정착되었다는 설명이 같은 사전에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지도론에는 세존 즉 바가밧이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바가밧을 소리 나는 대로 옮겨서 바가바(婆伽婆)라 부르고 있으며, 이 바가바(세존)에는 네 가지 뜻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세존이란 ‘덕이 있다(有德)’는 뜻이니, 바가(婆伽)는 덕(德)을, 바(婆)는 있음(有)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세존이란 ‘잘 분별할 줄 안다’는 뜻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전체적인 모습과 부분적인 모습을 아주 훌륭하게 분별하기 때문이니, 바가(婆伽)는 분별(分別)을, 바(婆)는 교묘함(巧)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세존이란 ‘명성이 있는 분’이란 뜻으로, 바가(婆伽)는 명성을, 바(婆)는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세존이란 ‘번뇌를 깨뜨릴 수 있는 분’이란 뜻으로, 바가(婆伽)는 깨뜨린다(破)는 뜻을, 바(婆)는 할 수 있다(能)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번뇌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세존이라 불린다는 것입니다.(대지도론 제2권)

덕이 있고, 세상의 모든 것에 환히 판별할 줄 아는 지혜를 지녔으며, 그 명성이 자자하고, 번뇌를 깨뜨린 분이니 세간의 스승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 네 가지 의미가 오직 부처님에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 가운데 ‘명성이 있는 분’으로 말하자면 부처님보다 더 유명하고 세속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바로 전륜성왕입니다. 그리고 ‘번뇌를 깨뜨린 분’이라면 아라한도 번뇌를 깨뜨린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어떤 이는 전륜성왕 혹은 아라한에 멈추는가 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은 ‘세존’이란 이름으로 불립니다. 대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