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행복’이 부럽습니다

“부처님의 ‘행복’이 부럽습니다”

정반왕과 마야왕비 사이에 왕자가 태어났습니다. 정반왕은 현자들을 불러들여 왕자의 미래를 점치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왕자에게는 두 가지 길이 열려 있는데, 전륜성왕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붓다가 된다는 예언을 듣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저 입이 딱 벌어지는 미래입니다. 전륜성왕은 세상을 다스리는 최고의 제왕이고, 붓다는 출세간까지 아우르는 진리의 왕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아직도 세속에 미련이 많은 우리에게는 붓다보다는 세상의 제왕인 전륜성왕에 조금 더 관심이 쏠립니다.

전륜성왕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 모든 권력과 부와 명예를 거머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전륜성왕에게는 일곱 가지 보물이 저절로 따라붙고, 네 가지 능력을 갖추게 되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즐겁게 산다고 합니다.

일곱 가지 보물이라면, 첫째, 전륜왕의 머리 위에는 저절로 수레바퀴가 출현합니다(輪寶). 이 수레바퀴가 정의롭지 못한 나라를 향해 굴러가면 전륜왕이 그 뒤를 따라가서 패악한 군주를 덕으로 제압합니다. 이렇게 하여 온 세상이 전륜왕에게 무릎을 꿇습니다. 둘째, 전륜왕에게는 새하얀 코끼리가 나타납니다(象寶). 왕은 이 코끼리를 타고 아침마다 온 세상을 둘러봅니다. 셋째, 전륜왕에게는 하늘을 나는 명마가 나타납니다(馬寶). 왕은 이 말을 타고 세상을 둘러봅니다.

자기가 아닌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전륜성왕

넷째, 전륜왕에게는 온 세상의 어둠을 대낮처럼 환히 밝혀주는 신비한 보석이 나타납니다(珠寶). 다섯째, 전륜왕에게는 인품으로나 성격으로나 외모로나 가장 완벽한 여성이 나타납니다(女寶). 여섯째, 전륜왕에게는 세상에 감추어진 보물창고를 찾아낼 정도의 능력을 지닌 장자가 항상 따라다닙니다(主藏臣寶). 그는 왕이 요구할 때면 그 자리에서 황금을 척척 대령할 수 있습니다. 일곱째, 전륜왕에게는 현명하고 유능하고 일처리가 매우 뛰어난 대신이 항상 따라다닙니다(主兵臣寶).

그리고 전륜왕에게는 외모, 수명, 건강,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네 가지 능력이 따라붙습니다(맛지마 니카야 제129경).

그야말로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한 몸에 갖춘 존재가 바로 전륜성왕이라 할 수 있으며, 애석하게도 부처님에게는 이 일곱 가지 보물이 없습니다.

그런데 전륜성왕에게는 있지만 부처님에게는 없는 아홉 가지가 있다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 즉, 전륜왕은 번뇌를 가졌지만 부처님에게는 번뇌가 없습니다. 전륜왕에게는 생노병사의 수렁이 있지만 부처님에게는 없습니다. 전륜왕에게는 사랑과 욕망이 있어 그 노예가 되어 있지만 부처님은 그게 없습니다. 전륜왕에게는 재앙이 넘쳐나는 광야의 구덩이가 있어 그에 빠져 있지만 부처님은 그 구덩이가 없습니다.

전륜왕에게는 칠흑같이 어둔 무명이 있어 그에 갇혀 있지만 부처님은 무명이 없고 그 대신 더없이 밝은 지혜에 계십니다. 전륜왕은 4 천하를 소유하고 다스리지만 부처님은 천하가 아니라 한없는 세계를 통솔합니다. 전륜왕은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은 재물을 지녀서 맘껏 쓰며 살지만 부처님은 그런 재물이 없습니다.

대신 마음 쓰기에 자유자재합니다. 전륜왕은 하늘의 즐거움을 탐하고 구하지만 부처님은 선정의 하늘인 유정천의 즐거움도 바라지 않습니다. 전륜왕은 자기가 아닌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구하지만 부처님은 마음으로 스스로 즐기십니다.(대지도론 제2권)

전륜왕에게는 있지만 부처님에게는 없는 것, 그런데도 경에서는 부처님의 행복이 더 낫다고 합니다. 불자라면, 전륜왕의 행복에는 과감히 눈을 감고 부처님의 행복을 부러워해야 옳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