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좋은 버릇 들여야

“처음부터 좋은 버릇 들여야”

부처님이 가장 믿음직하게 여겼던 제자 사리불은 한 번 결심하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마음을 바꾸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부처님의 설득도 소용이 없을 정도입니다.

어느 때 부처님은 한 무리의 스님들이 쇠약한 것을 보고 라훌라에게 까닭을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라훌라가 대답했습니다.

기름기를 먹으면 힘이 나고

유제품을 먹으면 광택이 흐르겠지만

깻묵이나 채소만 먹으니 이렇습니다.

세존께서도 그 사정을 아시겠지요.

라훌라의 이 시는 아마도 수행자들이 제대로 얻어먹지 못해서 기력을 잃고, 그로 인해 수행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걸 넌지시 고하는 것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이들은 신자들의 초대를 받아 기름진 음식을 먹고 그렇지 못한 이는 탁발로 겨우 연명할 정도의 음식을 먹는다는 사정을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라훌라의 대답을 들은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습니다.

“이 대중의 상좌는 누구인가?”

“사리불 존자입니다.”

“사리불은 부정한 음식을 먹는구나.”

한번 마음먹으면 되돌릴 줄 몰라
아라한도 버릇습관 쉽게 못 버려

대중을 이끄는 자가 어떻게 처신했기에 무리들이 야위었고, 또 이런 노래가 들리는지에 대한 부처님의 냉엄한 한 마디였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리불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뱃속의 음식을 토해내더니 이렇게 맹세했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절대로 사람들의 공양청을 받지 않겠다.”

개인적인 식사초대를 받지 않고 오직 탁발로만 지내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런데 재가신자들은 사리불의 이런 결심이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들은 존경하는 사리불존자에게 정성껏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커다란 기쁨으로 삼아왔습니다.

신자들은 보시의 공덕을 얻음과 동시에 믿음도 키울 수 있었는데 부처님의 한 마디 말씀으로 사리불이 일체의 공양청을 받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기 때문입니다.

왕을 비롯하여 나라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부처님에게 달려가서 제발 사리불의 결심을 되돌려주시기를 청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전생의 인연을 들어서 사리불의 마음을 돌리기가 당신에게도 힘든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옛날에 어떤 왕이 독사에게 물려 죽게 되었습니다. 왕은 고통과 두려움에 울부짖으며 용하다는 의사를 모두 불렀습니다. 그런데 왕을 살펴본 의사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을 문 독사에게 독을 다시 빨아들이게 하면 살아나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왕을 문 독사를 붙잡아 와서 장작불을 지펴놓고 뱀에게 명했습니다.

“왕의 독을 다시 빨아 마셔라. 그렇지 않으면 이 불 속으로 들어가라.”

‘내가 토해 낸 독을 어찌 다시 빨아들이겠는가.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뱀은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스스로 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대지도론 제2권)

부처님은 이 이야기 끝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독사가 지금의 사리불이다. 그가 마음먹으면 어느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것은 여러 생을 거쳐 오며 쌓아온 것이다.”

‘없어 일곱 버릇 있어 마흔여덟 버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아무리 없어도 일곱 가지 버릇은 있고, 많게는 마흔여덟 가지 버릇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누구나 가지고 있는 버릇이 세 살 적에 익혀서 여든까지 간다고도 하는데 그건 약과입니다.

아라한이 되었어도 제 성격과 습관은 쉽게 버리지 못하며 부처님도 어쩌지 못합니다. 오직 자신이 알아서 고칠 것은 고칠 것이요, 처음부터 좋은 버릇을 들이는 일에 신경을 써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