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곤란하지 않게 자신 살펴야

“상대 곤란하지 않게 자신 살펴야”

필린다바차는 걸출한 아라한이었습니다. <법화경>의 첫머리에 사리불, 목련존자와 나란히 이름을 올린 아라한이며, 부처님이 “금광삼매에 드는 사람”이라고 인정을 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그의 설법은 듣는 사람에게 커다란 환희심을 불러 일으켰던 모양입니다.

어느 재가신자 한 사람도 필린다바차의 법문을 듣고 행복에 겨워 자기 아내에게 권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대답합니다.

“아, 나도 왜 그 법문이 듣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법문을 들으러 가는 것이 어쩐지 부끄럽게만 여겨집니다. 스님께서 우리 집에 와주신다면 좋을 텐데….”

남편은 필린다바차 스님에게 찾아가 아내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병을 앓고 있어서 난색을 표했습니다.

“스님, 걱정하실 일이 없습니다. 제가 가마와 가마꾼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 수행자가 가마를 타도 된다는 허락을 내리신 적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부처님은 잠시 생각하신 뒤에 말씀하셨습니다.“늙고 병이 든 비구들이 가마 타는 것을 금할 수는 없겠다.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라면 가마를 타도 괜찮다.” 요즘으로 치자면 스님들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에 해당될 것입니다.

필린다바차는 이처럼 재가신도가 제공하는 가마를 타도 좋다는 허락을 끌어낼 정도로 부처님과 모든 대중의 신임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옥에 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 스님이 말을 할 때 상대방을 깔보는 표현을 많이 썼다는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부처님도 “상대방이 누구든 가리지 않고 몹시 거칠고 모욕을 주는 말을 하는 비구는 바로 필린다바차”라고까지 말씀하셨겠습니까?

대중의 신임 받았던 필린다바차
아라한 돼도 깔보는 말투 못고쳐

스님들은 종종 필린다바차의 거친 말투에 분통이 터져 부처님께 하소연하기도 한 모양인데, 그의 거친 말씨는 도반 스님들 뿐만 아니라 갠지스강을 지키는 신도 화나게 만들었습니다.걸식을 나갈 때면 언제나 갠지스강을 건너야 했던 필린다바차 스님. 그런데 이 스님은 강을 건널 때마다 손가락을 튕기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가야! 강물을 멈추어라. 흐르게 하면 못 쓴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갠지스강은 둘로 나뉘었고 그러면 스님은 강을 유유히 걸어서 건너 걸식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강의 신은 열 받을 대로 받았습니다. 부처님 제자, 그것도 아라한인 큰스님의 말이니 존중해서 따라주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섬기는 자신을 ‘아가야’라고 부르니 이만저만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참다 못한 강의 신이 부처님을 찾아와 하소연하자 부처님이 그를 불러서 참회할 것을 명했습니다. 그러자 필린다바차는 공손히 강의 신을 향해 합장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가야! 화내지 마렴. 이렇게 네게 참회하니까 마음을 풀거라.”

과연 저 거만한 필린다바차가 얼마나 공손하게 참회할 것인지 숨죽이고 지켜보던 대중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거 좀 봐! 머리를 조아리고 참회하고 사죄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강의 신을 조롱하고 꾸짖고 있잖아?”

하지만 부처님은 달랐습니다. 강의 신에게 이렇게 설명하셨기 때문입니다.

“필린다바차가 못된 마음에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이 아니오. 지난 500생 동안 높은 가문에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사람을 자신보다 낮게 보던 습관이 남아 있을 뿐이오. 오래 전부터 익혀온 말씨를 버리지 못해 저렇게 표현할 뿐이지 교만한 마음에서 그런 게 아니니 그대는 이해하오.”

어쩌겠습니까? 그냥 넘어가야겠지요. 하지만 필린다바차 스님 곁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요? 아라한이 되었다 해도 오랜 세월 익혀온 습관 때문에 상대가 곤란해 하지는 않는지 늘 자신을 살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