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아시는 분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을 만나다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이 부처님과 승가에 안거 석 달 동안 공양을 올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왕은 특히 신선한 우유와 요구르트를 올리고 싶어서 목동들에게 석 달 동안 공급해주기를 청했습니다.

그렇게 석 달 동안 승가 공양을 하면서 왕은 자기만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복을 짓는 것이 미안해졌습니다. 그는 목동들을 불러 이렇게 권했습니다.

“그대들은 꼭 한 번 부처님을 찾아뵈어라.”

목동들은 왕의 명을 받고 부처님을 만나러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과연 부처님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줄지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왕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우리가 오늘 만나러 가기는 하지만 자네들, 석가모니 부처님이란 분에 대해서 좀 아는 게 있나?”

“글쎄, 뭐 별로…. 아, 사람들이 부처님을 가리켜 ‘모든 것을 아시는 분(一切智者)’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송하는 건 들어봤네만….”

“모든 것을 아시는 분? 아, 그렇다면 정말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모르는 게 없겠구먼. 그렇지만 설마 우리처럼 소치는 일에 대해서도 알까?”

“에이, 설마, 그런 일까지 아실까? 그리고 그 분의 경지가 대단하다던데 우리 같은 무지렁이가 정말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인지 아닌지 어찌 알겠어?”

형이상학적 법문 두려운 목동

소떼를 번성시키는 법 질문해

“그러게 말이야. 아, 막말로 부처님이 바라문이라면 또 사정은 달라지지. 바라문들은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걸 워낙 좋아하니까 직접 우리를 찾아오기도 하잖아?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귀동냥했기 때문에 저들이 하는 말 몇 마디만 들어보면 수행을 잘 한 사람인지, 아니면 엉터리인지 금방 알 수 있단 말이지. 하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이란 분은 사정이 다르단 말이야.”

“그래, 사람들 말이 그 분은 출가하기 전에 왕자여서 소치는 일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 우리 같은 목동과 말을 주고받은 적도 없다고 하던데….”

“암튼 가보자고. 정말 ‘모든 것을 아는 분’이라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모를 리가 없을 테니까 어디 한 번 우리가 잘 아는 걸 여쭤보자고. 그 분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들어보면 정말 모든 것을 아는 분인지 아닌지 저절로 밝혀지겠지.”

목동들은 일체지자라는 존재를 만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처음부터 마음속에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선입견을 품었습니다. 혹시라도 부처님이라는 분이 자신들을 상대로 법문을 하신다면서 알아듣지도 못할 이론을 늘어놓거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자신들의 형편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있는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법문을 펼칠까봐 지레 불안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뜨악한 마음으로 죽림정사에 도착했을 때 어디에 부처님이 계신지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어느 숲 속 나무 아래에서 상쾌한 기운이 퍼져 나왔고, 어쩐지 그쪽에서 깨끗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 맑고 상쾌한 빛과 기운이 서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나무 아래 고요히 앉아 있는 부처님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는 심정이었지만 목동들은 편안하고도 고요한 부처님의 모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절을 올린 뒤에 한쪽에 앉은 그들은 부처님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부처님, 저희는 소치는 목동입니다. 저희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어떻게 해야 소떼가 번성할 수 있겠습니까?”

다짜고짜 어떻게 하면 소 잘 치는 목동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이들에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대지도론> 제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