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 함께 탄생한 사람, 아난다

붓다 입멸까지 그림자처럼 시봉

부처님의 시자로 저 유명한 아난존자가 있습니다. ‘아난’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는 친숙하지만 본래는 아난다(A-nanda)라 불러야 마땅합니다. 아난다라는 이름에는 ‘환희’ ‘기쁨’이란 뜻이 있습니다. 대체 이 사람과 기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아난다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려면 싯닷타를 향한 아버지 정반왕의 애끓는 마음을 먼저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반왕은 오매불망 한밤중에 성을 나가 치열하게 수행하는 아들 걱정뿐이었습니다.

늘 심부름꾼을 보내 아들의 뒤를 밟았고, 아들이 어느 곳에서 무엇을 먹고 어떤 잠자리에 눕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싯닷타 왕자가 보리수 아래로 찾아가기 직전 극심한 고행으로 앙상하게 야위었을 때 왕은 사자로부터 이런 전갈을 받았습니다.

“왕자께서는 가죽과 뼈와 힘줄만 남아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이나 내일을 넘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버지 정반왕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 내 아들이 궁에 그대로 남았더라면 세상을 호령하는 전륜성왕이 되었을 텐데….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면 진리의 왕이 되어야 하거늘 어찌 고생만 하다가 얻는 것 하나 없이 목숨을 버리게 되었는가!’

아들 걱정에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도 못하던 왕은 깊은 상심에 그만 자리보전을 하고 말았습니다.

한편, 싯닷타는 고행이란 것이 부질없이 몸만 괴롭힐 뿐이요, 아무런 득이 없음을 깨닫고 고행을 버렸습니다. 그는 나이란자나강가에서 목욕한 뒤 영양이 풍부한 죽 한 그릇을 공양 받고 기운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보리수 밑으로 가서 두 발을 맺고 앉아 맹세했습니다.

부처님 깨친 날 태어난 덕분에
‘환희’라는 뜻의 이름 갖게 돼

“이 자리에서 나는 깨달음을 이루겠다. 그러지 못한다면 죽어도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처가 탄생하는 것을 마왕이 기뻐할 리가 없습니다. 그는 수많은 군대를 이끌고 와서 싯닷타 태자가 성불하는 것을 기를 쓰고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연달아 실패하자 마왕은 엉뚱하게 앙심을 품습니다.

“좋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그 아비를 한번 크게 괴롭혀 주겠다.”

마왕은 곧바로 정반왕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의 아들이 고행 끝에 오늘 밤 죽었소.”

그러지 않아도 아들의 안부에 노심초사하던 아버지에게 마왕의 이 한 마디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왕은 마왕의 말을 듣자마자 침상에서 굴러 떨어졌고 슬픔을 이기지 못해 울부짖으니 그 모습이 뜨거운 모래에 끌어올려진 물고기가 몸부림을 치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보리수에 깃들어 살고 있던 신은 더할 수 없이 행복했습니다. 세상의 큰 스승이신 붓다가 바로 자신의 집(보리수)에서 나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들고 한걸음에 정반왕에게 달려와 붓다의 출현을 고하고 한없이 축복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절망의 늪에 빠져 있던 정반왕이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까요? 말할 수 없는 기쁨에 사로잡혔을 때 곡반왕의 궁에서 사자가 와서 이런 소식을 전했습니다.

“지금 곡반왕에게 왕자가 나셨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 자신의 동생이 자식을 보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정반왕의 기쁨은 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상서로운 날이구나. 방금 태어난 아기에게는 꼭 아난다(환희)라고 이름을 붙여주어라.”(대지도론 제3권)

이렇게 해서 아난다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경전에는 그의 행동거지가 유난히 아름다워 보는 사람마다 기쁨을 일으켰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지만 붓다와 함께 탄생한 사람, 그래서 붓다의 시자가 되어 마지막까지 그림자처럼 곁을 지킨 사람의 이름이 ‘환희(아난다)’인 데에는 이처럼 눈물겨운 아버지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