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거드는 게 내 공부 완성

 “남 거드는 게 내 공부 완성”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는가에 따라 시대를 정법, 상법, 말법의 셋으로 나누는 삼시론(三時論)이 있습니다. 이 세 시기가 각각 몇 년씩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등장하지만, 지금이 말법시대에 해당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말법시대란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이비 종교인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시기를 말합니다.

말법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서둘러 미래부처인 미륵불을 찾기도 하지만 지금은 미미할지라도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이 힘을 가지고 있는 시기입니다. 아직은 미륵부처님의 시기가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미륵부처님은 56억7000만년을 지난 뒤 도솔천에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오신다고 하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금 우리에게 미륵은 부처님이기보다는 일생보처보살 즉 다음 생에 부처되기를 기다리는 ‘보살님’이라 불리는 것이 맞습니다.

다른 사람 이롭게 하려다가

자신 깨달음 살피지 못해 

<대지도론>제4권에서는 이 두 분의 아주 오래 전 과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아주 멀고도 오래 전에 불사(弗沙, 푸샤)부처님이 계실 때의 일입니다. 이때 보살 두 사람이 있었으니 석가모니보살과 미륵보살입니다. 이 두 보살은 각자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불사부처님께서 이 두 보살의 마음을 자세하게 살펴봤습니다. 이들이 깨달음을 이룰 때가 되었는지를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석가모니보살의 경우 그의 제자들의 마음은 번뇌를 털어버려 완전하게 순수해졌으나 정작 자신의 마음은 미처 완전하게 순수해지지 못한 상태였고, 이와 반대로 미륵보살의 경우는 그의 마음은 완전히 순수해졌으나 그 제자들의 마음은 순수해지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불사부처님은 잠시 누구의 마음속을 먼저 청정하게 해줄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미륵보살의 제자들은 그 숫자가 매우 많아서 빨리 감화시키기에 어려움이 많겠구나. 하지만 석가모니보살 한 사람의 마음은 교화하기가 쉬우니 그를 먼저 일깨워줘야겠다.”

그리하여 불사부처님은 깊은 선정에 들어가셔서 석가모니보살을 응시했습니다. 때마침 석가모니보살은 외도의 선인(仙人)이 되어 약초를 캐고 있었는데 불사부처님이 선정에 들어서 내뿜는 광명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차올랐고, 그는 한 발을 들고 합장한 채 부처님 쪽을 향해 서서 일심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눈도 깜빡하지 않고서 7일 동안 그런 자세로 서서 부처님을 바라보다 급기야 이런 노래까지 불렀습니다.

하늘 위나 하늘 아래에서나

시방세계를 두루 둘러보아도

부처님에 견줄 만한 이가 없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을 살펴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부처님에 비할 수가 없네.

7일 동안 눈도 깜빡하지 않고 불사부처님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석가모니보살은 이 공덕으로 아홉 겁을 뛰어넘어 91겁만에 위없는 원만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이어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석가모니보살은 어찌하여 제자들은 마음이 순수해졌건만 자신은 그러지 못했을까? 미륵보살보다 처지는 건 아닐까??”

그에 대한 대답은, “남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뿐이요 자신의 깨달음을 살피지 못하느라 그만 자신의 마음을 맑히지 못한 것이고, 미륵보살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서 제자들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순수하게 맑힌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을 거들다 내 공부는 언제하지?”라며 조바심을 낼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남을 거드는 것이 내 공부를 완성하는 일이라는 것을 석가모니보살이 보여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