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되려면 온몸으로 노력

“부처되려면 온몸으로 노력”

부처가 된다는 것은 완전하게 지혜로운 존재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어떤 이론을 머리로 정통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온 몸과 마음으로도 그 지혜가 완전하게 갖추어진다는 것입니다. 몸으로 지혜를 갖춘다는 건 몸으로 하는 행위 하나하나가 모두 선하고 정당한 행위라는 뜻입니다.

어떤 사람이 완전한 지혜를 갖춘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됩니다. 행동은 바로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을 몸으로 하는 것입니다.

지혜가 완성되었다는 것을 ‘반야바라밀다’라고 합니다. ‘바라밀다’는 완성된 것, 피안에 이른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지혜의 완성(반야)에 없어서는 안 되는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의 완성’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나는 이것을 현대인들이 자주 쓰는 단어 ‘마스터 한다’라고 설명하기를 좋아합니다.

가령 영어를 마스터하려면 온몸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머릿속에서만 영어에 해박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목이 아프도록 수없이 소리 내어 발음해야 하고, 직접 외국인을 만나러 거리로 나서야 하고, 외국인 앞에서 그토록 열심히 연습한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뻘쭘해지는 아픔을 몸으로 겪어봐야 합니다. 그런 뒤에 찾아오는 것이 ‘마스터’입니다. 나는 ‘바라밀다’를 이렇게 이해합니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완성에 빠질 수 없어

그렇다면 부처가 되려면 보시를 비롯한 여섯 개 항목에서 마스터해야 하고, 그걸 마스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마스터 하는 사람이 ‘보살’이며, 그 ‘보살’이 궁극적으로 부처가 된다는 말입니다.

온몸으로 외국어를 공부해야 그 언어를 마스터하듯이, ‘보시’도 생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보시라는 행위와 관련된 모든 망설임, 계산하는 마음, 나눈 뒤에 찾아올지도 모를 후회, 그래도 가장 소중한 것은 챙겨두고 싶은 마음… 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마음에서 털어내고, 한걸음 더 나아가 털어냈다는 생색조차 내지 않는 경지, 이것이 아마도 ‘보시바라밀다’의 차원이 아닐까 합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렇게 보시바라밀다를 성취했다고 합니다. 보시에 관한한 마스터 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지계와 인욕 등도 그렇게 마스터 했다고 합니다. 이제 그 하나하나를 살펴볼까 합니다.

아주 오래 전 세상에 깨달은 분인 붓다가 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이때 삼십삼천의 왕 제석천(인드라)이 하늘에서 수명을 마칠 때가 되었는데, 그는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또다시 윤회의 거친 강물에 휩쓸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천상을 떠나기 전 스승(붓다)을 만나 생사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가르침을 만나지 못하였으니 아무리 신들의 왕 제석천이라 해도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는 시간만 나면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스승 붓다가 없는지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인물은 없었습니다. 상심에 가득 차 풀이 죽어 앉아 있는 제석천에게 비수갈마신이 다가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줍니다. 비수갈마는 인도신화에서 세상의 온갖 것을 척척 만들어내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이제 머지않아 붓다가 출현할 것입니다.” “아닙니다. 내가 세상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럴 존재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보시와 지계, 선정과 지혜를 갖춘 위대한 보살 한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은 곧 부처가 되실 것입니다. 우시나 종족의 시비왕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귀가 번쩍 뜨이긴 했지만 제석천은 미덥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비수갈마신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왕을 한 번 시험해보겠소. 당신은 비둘기로 변해 왕의 겨드랑이로 숨어드시오. 나는 매가 되어서 당신을 쫓겠소.”

그리하여 불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험 하나가 벌어집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