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은 마음의 평정 유지

보살은 마음의 평정 유지

보살은 오랜 세월 누군가 나를 비난하고 매도해도 평온한 마음으로 대처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귀에 들려오는 비웃음과 욕설, 사나운 시선, 차가운 냉대를 직접 당할 때면 절대로 마음을 평정하게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럴 때마다 부처님 말씀대로 살지 못한 자괴감에 더욱 속이 상하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하소연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마음인 것을요. 그나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밑천삼아 자꾸 자기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대지도론 제5권에서는 비난에 대처하는 몇 가지 방법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말씀드리면 독자들은 “뻔한 소리!”라며 외면할 것 같아 차라리 타인의 칭찬과 찬양에 대처하는 방법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내게 달려와 값진 선물을 안겨주며 가장 멋진 말로 나를 칭찬한다면? 당연히 그 짜릿한 성취감과 기쁨에 도취될 것입니다. 그런데 대지도론에서는 칭찬을 담담하게 대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나’를 칭찬한 것이 아니라 나의 ‘행위’, 내가 지은 ‘공덕’을 칭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칭찬받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좋아하기보다는 내가 한 어떤 ‘행위’가 사람들의 마음에 기쁨을 일으켰는가를 생각해볼 일이라는 것이지요.

행위 공덕에 대한 칭찬을

‘좋아한다’로 생각 말아야

게다가 세상 사람들의 찬양이란 게 무척 변덕스럽기 때문에 소나기처럼 퍼붓던 애정과 찬탄도 한순간에 비난과 매도로 돌아서게 마련인지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라는 생각에 빠져버리면 대중들의 멸시와 냉대를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칭찬받을 인연이 있어 선물이나 인기가 밀물처럼 밀려들어오지만, 그 인연이 떠나가면 썰물처럼 인기와 찬양이 빠져나가는 것이 세상이치임을 염두에 두어야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공양을 대할 때면 마음을 대지처럼 지녀야 합니다. 즉, 사람들이 대지에 귀한 씨앗을 뿌리고 제때 물을 대주는 등 정성을 기울이지만, 그건 대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농사라는 노동의 대가를 구하기 위함일 뿐인 것이니, 사람들의 공양물(씨앗과 물)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대지처럼 마음을 그렇게 간수하라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설법을 잘 해서 사람들이 찬탄한다면, “아직 나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지금 대중들의 저 찬탄은 내가 받을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받을 몫이다”라고 생각할 일이요, 부족한 줄 아는 내게 사람들이 공양을 올리면, 내 복덕은 더욱 줄어들고 보시한 이들의 공덕 역시 적으니 타인의 공양에 그리 기뻐할 일이 아니라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

그런데 왜 대지도론에서는 남들이 내게 안겨주는 애정과 칭찬과 선물에 이렇게 담담한 마음으로 대처하라는 걸까요? 칭찬이나 비난이나 실체가 없이 허공에 퍼지는 덧없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으니 칭찬을 견딜 줄 아는 사람은 비난에 대해서도 똑같이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타인의 애정과 칭찬에는 반색을 하며 끌어안다가도 타인의 비난과 멸시에는 썩은 음식을 먹은 것처럼 화를 내고 분노에 몸을 떱니다. 사람의 말이란 것이 참으로 요상한 것이라, 똑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다르게 반응하니, 말의 내용에 그리 애달아할 것도 아닙니다.

근거 없는 멸시와 비난은 실체가 없는 ‘소리’일 뿐이니, “비바람을 만나면 집으로 들어가거나 우산을 펼쳐들고, 땅에 쐐기가 있으면 가죽신을 신고, 몹시 추우면 불을 피우고, 더우면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면 그뿐! 왜 비가 오냐고 화낼 일도 없고, 땅에 왜 쐐기가 있냐고, 왜 춥냐고, 왜 덥냐고 화낼 일은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덧없으니, 비난에 파르르 일어나는 나의 분노도 덧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