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지 말자고 붓다와 약속하기

“게으르면 인생에 막대한 손해”

<대지도론>의 앞부분은 성불하기를 꿈꾸는 보살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특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 있으니,

첫째, 보살이라면 말을 할 때 과장하거나 번드레하게 꾸며서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본 것만을 보았다고 말하고, 안 것만을 안다고 말하며, 보지 못한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알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보지 못했다면 보려고 들면 되는 것이겠지요.

단, 손바닥만큼 알면서 태산만큼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다른 이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려 과장스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일이 자주 있게 되면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지도론> 제5권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늘이나 인간, 용이나 아수라와 같은 존재들은 보살이 하는 말은 다 믿으니 그 이유는 보살은 꾸밈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과장되게 말하거나 번드레하게 말을 꾸며서 하는 사람은 아무리 진실한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재가자는 재산 복 사라지고

출가자는 열반 즐거움 파괴

따라서 “아는 것이 많아서 대중 앞에서 설법하더라도 그 행동이 성실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믿으려 하지 않으니, 지식을 넓히고 다른 이의 믿음을 얻고자 하면 지극하고 성실한 마음을 지닐 것이요, 꾸밈말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둘째, 보살은 게으름피지 않는 사람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가장 간곡한 당부를 딱 하나 들라면, 단연 ‘게으르지 말라(不放逸)’입니다. 부처님이 반열반하실 즈음 사람들에게 남긴 유언이 <대반열반경>에 실려 있는데, 거기에서도 부처님 최후의 가르침은 바로 “게으르지 말라”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게으름은 사람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독소이니, 그 이유는 사람이 게으르면 인생에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재가자가 게으르면 고생해서 모아놓은 재산이 사라지고 애써 챙긴 복이 사라진다. 출가자가 게으르면 하늘에서 누릴 즐거움과 열반의 즐거움이 파괴된다. 재가자나 출가자 모두 명성이 사라지니 제 아무리 큰 실수라 해도 게으름보다 더 큰 실수는 없고, 제 아무리 큰 도둑이라 해도 게으름보다 더 무서운 도둑은 없다.”

게으름이 무서운 까닭은 “착한 마음을 죽이고, 어리석게 만들어 지혜의 빛을 꺼버리게 하며, 시작을 알 수 없는 오랜 세월 가슴에 품어온 소망을 사라지게 만들고, 공들여 지은 과업 또한 빛을 바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게송도 대지도론에서는 들려줍니다. <앙굿따라 니까야>에서는 ‘게으르지 않음’이 선한 법 가운데 으뜸인 것을 열 가지 비유를 들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①게으르지 않음은 붓다와 같으니, 붓다가 중생들 가운데 최고의 존재이듯이 게으르지 않음은 모든 선한 법 가운데 으뜸이다.

②게으르지 않음은 코끼리 발자국과 같으니, 세상의 모든 중생의 발자국이 코끼리 발자국 안에 다 담기기 때문이다.

③게으르지 않음은 용마루와 같으니, 집안의 모든 기둥이 용마루를 향하기 때문이다.

④게으르지 않음은 가장 향기로운 흑단향과 같으니 뿌리향 가운데 으뜸이기 때문이다.

⑤게으르지 않음은 적단향과 같으니 나무심의 향 가운데 으뜸이기 때문이다.

⑥게으르지 않음은 쟈스민향과 같으니, 꽃향기 가운데 최고이기 때문이다.

⑦게으르지 않음은 전륜왕과 같으니, 전륜왕은 왕 중에 왕이기 때문이다.

⑧게으르지 않음은 달빛과 같으니, 달빛은 하늘의 그 어떤 별빛보다 더 환하기 때문이다.

⑨게으르지 않음은 높고 드맑은 가을 하늘에 높이 뜬 태양과 같으니 세상에서 가장 눈부시기 때문이다.

⑩게으르지 않음은 바다와 같으니, 세상의 모든 강이 다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과장되게 말하지 않고 게으름피지 않는 것만도 부처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