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의 버킷리스트 48서원을 인도자 삼아 수행해야
‘대승불교’라는 제목의 강의를 하면서 숙제를 냈습니다.
“아미타부처님은 법장비구 시절 48가지 맹세를 했습니다. 그 맹세를 이루기 위해 오랜 세월 수행했지요. 그 수행의 결과 성취한 것이 바로 극락정토라는 세상입니다. 그가 성불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48가지 맹세 즉 48대원이 절대적인 동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런 동기, 서원이 있을까요? 다음 주까지 여러분의 48원을 한 번 작성해보는 것. 이게 숙제입니다.”
그런데 어떤 수강생 한 분이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48가지나 되는 원을 어떻게 만들어요? 가짓수를 좀 줄여주시면 안 될까요?” “안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48가지 원을 찾아보세요. 머리가 아프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한 번 그 숫자를 채워보시기 바랍니다.”
어찌보면 그냥 사홍서원, 그 네 가지 서원으로 대신하면 다 끝나는 걸 굳이 이런저런 소원의 항목을 작성한다는 게 불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내 한 몸 살아내기도 빠듯하고 숨 가쁜 세상인데 무슨 오지랖이 그리도 넓어서 ‘중생구제’를 생각하겠습니까! 그저 내 배우자, 내 아이, 내 부모가 무탈하게 지내는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이고 다행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내 인생은 결정납니다.
내 시선을 이웃에 돌리느냐, 그저 내 한 몸에 멈추느냐. 보살로 살아갈 것이냐, 범부중생에서 만족할 것이냐.
원력 실천 회향은 대승의 힘
원이 있어야 목적지 도달해
대승불교에서는 그 세계의 문지방에 엄지발가락 끝이라도 닿으면 그 사람은 “보살로서 살겠다고 맹세한 사람”이라 여깁니다. 그러니까 이제 당신과 나는 시선을 이웃에 돌리고 사회로 돌리고 먼 미래까지 내다보아야 할 운명입니다. 그게 보살의 운명이요, 의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내 한 몸이 편히 살자면 세상이 편해야 하고, 내 가정이 무탈하려면 세상이 무탈해야 합니다. 세상이 온통 화탕지옥 같은데 그 와중에 내 가정만 연꽃동산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세상을 위해 힘쓰는 것이 바로 나를 위해 힘쓰는 일이요, 그걸 자각하면 보살인 것입니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하지만 사실 보살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 보살로 살아가기를 포기한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요, 누구한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그렇게 살겠다고 맹세한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이때 보살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원’입니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만 같은 소망을 마구 품는 것입니다. 원을 크게 세워야 실천이 깊으며 열매가 커서 모두가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자니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겠습니까! 따라서 대승불교에서는 쉽게 이뤄질 것은 ‘원’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내가 부처를 이루면 그 국토에는 아무런 고통이 없고 삼악도라는 이름조차도 들리지 않아야 한다”라거나 “그 국토에 사는 모든 존재들은 옷이나 음식에 조금도 어려움이 없고 가장 아름답고 깨끗하고 좋은 것만 저절로 갖추어져야 한다”, “소수자로서 차별받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라는 거창한 원은 그래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대지도론에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복을 짓되 원하는 것이 없으면 표방할 바가 없다. 서원을 세워 그것을 인도자로 삼아야 소망을 이루게 된다. 원을 세우지 않으면 그저 지은 만큼만 과보를 받지만, 원을 세우면 그 과보가 훌륭하다. 원은 복덕을 도우니 원을 세워야 한다. 비유하자면 복덕은 소와 같고 서원은 마부와 같은 것이다.”(제7권)
‘대승’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힘은 원력과 실천, 그리고 회향입니다. 이 중에서 특히 원(願)이 있어서 그 수레가 굴러가는 것이지요.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게 하는 것. 신앙생활, 수행생활을 비롯하여 세상 그 어느 일이든 목표에 반드시 도달하게 해주는 힘. 그게 바로 원(願)입니다. 48가지 항목을 생각해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성불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는 마음으로 한번 찾아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