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쌀뜨물의 위력

신심으로 공양해 열반을 얻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아난 존자와 함께 유행하시다 한 성에 도착했습니다. 그 성을 다스리던 바라문은 사람들의 공경심이 붓다에게로 다 가버릴까 걱정이 되어 고민 끝에 성 안에 영을 내렸습니다. “지금부터 성 안에 사는 사람들 중에 누구든 붓다에게 음식을 주거나 붓다의 말에 귀 기울인다면 500냥의 벌금을 물리겠다.”

과연 성주의 영은 효과가 대단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탁발하러 성에 들어간 부처님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고, 당연히 빈 발우를 손에 든 채 성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어느 부잣집의 늙은 하녀 한 사람이 쉰 쌀뜨물을 밖에 나와 버리려고 나왔다가 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문득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가진 게 없는 하녀 처지인지라 공양 올릴 것이 없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하는 수 없이 쉰 쌀뜨물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서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쉰 뜨물뿐인데, 혹시 이것이라도 필요하시다면 부처님께 올릴까 합니다.”

부처님은 그녀를 바라보고 이내 쉰 뜨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환히 웃었습니다. 아난존자의 질문에 부처님이 답했습니다. “이 가난하고 나이든 여인이 붓다에게 음식을 보시하였으니 이 공덕으로 15겁 동안 천상과 인간 사이에서 행복한 삶을 살다가 나중에 벽지불을 이룬 뒤 열반에 들리라.”

가난한 여인의 아낌없는 보시

씨가 나무그늘 만들듯 큰 과보

쉰 쌀뜨물을 생각하면 저절로 코를 막고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하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그게 전부인데 그거라도 내어주고 싶은 마음은, 아무나 낼 수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 아낌없이 준다는 것은 바로 이런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이런 광경을 옆에서 지켜본 어느 바라문 한 사람이 대뜸 비웃었습니다.

“본 데 없이 자란 사람도 아니고, 한 나라의 왕자 출신이면서 어찌 그리 거짓말과 허풍이 심하시오. 아무리 밥 한 그릇 얻은 게 고마워도 그렇지, 쉰 쌀뜨물 한 그릇에 깨달음이라니….”

그러자 부처님은 즉시 혀를 내밀었습니다. 혀는 어찌나 넓고도 긴지 얼굴을 온통 덮고 머리카락 살피에까지 닿을 정도였습니다. 인도에서는 이처럼 넓고 긴 혀를 가졌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이 진실하며 헛되지 않음을 상징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바라문에게 부처님은 물었습니다. “이런 혀를 가진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대는 알고 있지요?”

바라문은 말했습니다. “코끝에 닿는 길이의 혀를 가진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인데 하물며 머리카락 살피에까지 이른다면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쉰 쌀뜨물 한 그릇에 열반을 얻는다는 당신의 말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은 그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살면서 정말 신기한 일을 본 적이 있습니까?” “예, 오래 전에 어떤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보았는데, 그 나무의 그늘이 어찌나 크고 넓은지 장사꾼의 수레 500대를 다 덮고도 남았습니다. 그게 가장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거대한 나무의 씨앗은 얼마만 합니까?” “고작해야 겨자씨의 3분의 1만 합니다.”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답했습니다.

“어허, 겨자씨의 3분의 1만한 씨앗이 그리도 거대한 나무그늘을 만들어 내다니 그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제가 봤습니다. 그러니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했습니다. “이 가난하고 나이든 여인이 깨끗한 믿음으로 붓다에게 공양을 올리고 커다란 과보를 받는 것은 겨자씨의 3분의 1에 불과한 씨앗이 거대한 나무 그늘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말에 바라문은 뭔가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는 문을 닫아 건 사람들에게 외쳤습니다. “감로의 문이 열렸거늘 왜 아무도 나와 보지 않는 것이오! 5백 냥의 금전보다 더 귀한 감로를 맛봐야하지 않겠소!”

부처님의 광장설상(廣長舌相)은 이처럼 마음의 문을 닫아건 사람들을 위해 내보이는 회심의 카드입니다. (대지도론 제8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