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미친 사람들이란그릇된 수행법 고집해서야
제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야하거늘, 뭔가에 이끌리고, 정신이 팔리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며 살게 마련입니다. 표현이 적절하지 못하지만, ‘미친 정신(狂)’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제정신을 놓아버리고 실성하는 경우 부처님을 친견하면 나을 수 있다고 대지도론 제8권에서는 말합니다.
첫째, 전생에 죄를 지었거나 남의 좌선을 방해했거나 한 까닭에 이번 생에 미친 경우, 둘째, 마음에 유난히 애착과 번뇌가 두터워서 가령 사랑하는 가족이나 전 재산을 잃었을 때 마음정리를 하지 못하면 이성을 잃어버리고 광증에 시달리는 경우, 셋째, 분노를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 넷째, 어리석은 데다 성품이 사나운 경우, 다섯째, 육체적인 병에 걸렸을 경우, 여섯째, 악귀에 씌워서 미치는 경우, 일곱째는 빗물과 같이 소독되지 않은 것을 마시고 미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부처님을 친견하면 광증이 가라앉는다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
그런데 위의 일곱 가지 경우와는 달리, 착한 마음이 차츰 엷어져서 착하지 못한 경지를 따르는 것, 무상하고 공한 이치를 관찰하지 못하여 수명에 애착하고 온갖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진리와 지혜의 경지에서 내면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고 오직 밖에서 즐거움만을 구하고 따라다니는 것들도 ‘마음의 어지러움’이라 불리는 광증입니다.
제정신 놓은 광증 수행자
부처님 친견하면 회복돼
이렇게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도 부처님을 친견하면 마음의 산란함을 벗어나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차츰 광증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주변에서 제정신을 놓아버려 실성하게 되면 겉으로도 드러나게 마련이어서 속히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광증은 주변 사람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광증입니다. 대지도론에서는 그릇된 방법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자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남인도에 아주 훌륭한 법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의 초대를 받아 높은 자리에 올라 오계에 관한 법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자리에 수많은 다른 종교인들도 숨어 들어와서 듣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대체 저 법사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아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한편, 왕은 술 마시지 말라는 불음주계에 관한 설법을 듣다가 질문했습니다. “스님의 법문처럼 ‘어떤 사람이 남에게 술을 주거나 제 스스로 마시면 미치거나 어리석은 과보를 받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세상 사람들은 거의 다 미쳐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이 세상에는 미친 사람은 적고 미치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왕이 질문하자 타종교인들이 매우 기뻐하며 소리쳤습니다. “아주 훌륭한 질문이오. 왕께서 매우 예리하고 현명하십니다. 분명 저 까까머리는 말문이 막힐 것이오.”
그런데 법사스님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타종교인들을 가리킨 뒤에 계속 법문을 해나갔습니다. 왕은 그 손짓의 뜻을 즉시 알아차리고 질문을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타종교인들은 계속 소리쳤습니다. “저것 좀 봐! 대답이 궁하니까 손가락을 들어서 화제를 돌리는 저 모습을 좀 보라고. 부끄러운 줄은 아나보군!”
그들이 왁자하게 웃고 떠들자 왕이 말했습니다. “이 스님이 당신들을 보호해주려고 손짓으로만 슬그머니 대답했거늘, 그 뜻도 모르고 대체 왜 이렇게 떠드는 것이오! 손가락으로 그대들을 가리킨 것은 바로 그대들이 미친 사람이요, 미쳐도 적잖게 미쳤음을 보여준 것이오. 고행을 한답시고 온갖 괴이한 행동만 일삼는 그대들, 고기를 팔거나 소금을 팔면 안 된다고 해놓고는 하늘에 제사지낼 때는 소를 파는 자신들의 행위는 용납하는 모순, 그리고 강물에 목욕하면서 죄를 씻는다는 그대들이야말로 제정신을 놓아버린 벌거벗은 광증의 수행자들이라는 것이오.”
정말로 제정신을 놓아버린 자란 바로 그릇된 수행을 고집하는 사람들이라는 대지도론의 말은, 온갖 신앙과 수행법이 범람하는 요즘에 꼭 새겨들어야 할 충고가 아닐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