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불 인연이야기

“정말 깨달음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구나”

‘진리’ 구하려 스승 찾아 나선

천재 사리불과 호탕한 목건련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불입니다. 사리불과 더불어 지혜와 지식을 견줄 만한 이는 세상에 없었으며, 오직 부처님만이 그보다 뛰어났다는 게송이 <대지도론>(제11권)에 실려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려서부터 총명함이 남달랐습니다. 사리불은 이미 여덟 살이 되었을 때 바라문이라면 배워야 하는 18가지 성전을 모두 외웠고 그 이치도 꿰뚫었습니다.

어느 날 나라에 큰 축제가 열렸습니다. 활동하기 아주 좋은 계절이었고, 온 나라에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토론대회도 열렸습니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풍습인데, 토론대회장에는 국왕과 태자, 그리고 대신과 논사를 위한 네 개의 훌륭한 자리를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여덟 살에 지나지 않은 어린 사리불이 그 곳에 이르자 냉큼 자리 한 곳에 올라 앉았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어야 옳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꼬마아이치고는 꽤 당돌한 이런 행동에 사람들은 난감해졌습니다. 아이가 정말 어른보다 더 지혜롭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자리라고 여겨 차지했을 수도 있고, 철없는 아이의 장난일 수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어른들은 그 아이를 시험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이를 시험하려는 어른들도 하나 같이 나라의 인재들인지라 그들은 자존심이 상해서 직접 나서기보다 어린 제자들을 어린 사리불에게 보내어 토론을 펼쳤던 것입니다. 하지만 백전백패. 여덟 살 어린 사리불은 그 어떤 질문을 받아도 척척 대답했고, 도리어 핵심을 찌르는 송곳질문을 퍼부어 나이 지긋한 어른들을 침묵케 했습니다. 왕은 이 일을 기특하다 치하하며 엄청난 하사품과 함께 어린 사리불 앞으로 마을 하나도 내려주었습니다.

나라의 모든 인재들을 무릎 꿇린 천재소년 사리불에게는 세상에서 둘도 없이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구율타, 성은 대목건련이라는 소년이었습니다. 사리불이 지혜롭고 총명하며 신중한 소년이라면, 목건련은 매우 유쾌하고 호탕한 성격을 지녔으며 귀족으로서의 풍모를 갖춘 소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지혜와 재주가 비슷하였고, 성격과 행동거지가 아주 딱 맞아서 그야말로 단짝친구였습니다. 어디를 가도 두 소년은 항상 함께였고, 다투는 일이 없었습니다. 두 소년은 죽을 때까지 떨어지지 말자고 약속까지 한 사이였습니다.

두 소년은 자라 청년이 되었고, 세상의 일들이 번거롭고 헛되게 느껴져 그들은 스승을 찾아 집을 나섰습니다. 두 청년은 세상으로 나아가 진리의 감로수를 뿌려줄 스승을 찾았지만 그들의 목마름을 없애줄 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두 사람은 산자야 벨라티풋타라는 회의주의자를 스승으로 모시며 제자의 예를 다하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스승 산자야에게 깨달음이란 어떤 것인지를 여쭈었지만 스승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나도 깨달음을 찾아 나선 지 오래되었지만 나 역시 아직 찾지 못하였다. 정말 깨달음이란 것이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알 수 없구나. 아니, 내가 깨달음을 얻은 사람인지 조차도 모르겠고 실제로 나는 아직 얻지 못했다.”

스승 산자야는 회의주의자답게 오직 “모르겠다”라는 말만 던져주었고 두 청년은 그 말에 무슨 의미가 담겼으려니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 산자야가 병석에 눕게 되었습니다. 회복할 가망이 없어 두 제자가 임종을 위해 곁을 지키는 가운데 문득 산자야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두 제자가 미소 짓는 까닭을 묻자 산자야가 대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