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불 인연이야기②

사리불은 지혜제일이나 부처님에 못미쳐

삼독 습기 완전히 없애지 못한 탓

비둘기의 전생 얘기로 지혜 터득

죽음을 앞둔 산자야는 사리불과 목련에게 자신이 웃은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제대로 된 눈이 없다. 그래서 늘 스스로를 사랑에 가두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보아하니 금지왕(金地王)이 죽었는데 그 대부인(大夫人)은 왕과 같은 곳에 태어나고 싶어서 자신도 불더미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위와 과보가 각각 달라서 태어난 곳도 전혀 달랐다.”

두 사람은 훗날 금지국의 상인이 마가다에 왔을 때 그런 일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스승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서 깊이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분명 우리는 ‘진리를 아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스승께서는 이 사실을 우리에게 숨겼던 것이구나!”

두 사람은 앞으로 누구든지 먼저 감로의 가르침을 만나면 반드시 벗에게 일러주어 함께 깨달음을 완성하기로 맹세했습니다. 스승이 임종 시에 한 말을 확인한 뒤 토해낸 두 사람의 탄식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호합니다. 앞으로도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한편 사리불에게는 본래 우파제사(憂波提舍, 우파팃샤)라는 이름이 있는데도 굳이 어머니(사리)의 이름을 따서 사리의 아들이라는 뜻인 ‘사리불(샤리푸트라)’이라 불리게 된 이유에 대해 <대지도론>에서는 두 가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첫째, 사리불이 아주 오랜 전생에서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지혜제일의 제자가 되어 ‘사리불’이라 불리기를 바랐기 때문이요, 둘째, 당시 사람들이 세상 모든 여인들 중에 가장 총명했던 그의 어머니를 존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리불은 지혜제일이라 칭송받았지만 부처님의 지혜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머무시며 해질 무렵 경행하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그때 사리불이 그 뒤를 따라 걷고 있었지요. 그런데 비둘기 한 마리가 매에게 쫓기다 다급하게 부처님 곁으로 날아왔습니다.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비둘기는 바들바들 떨면서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경행하시던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둘기를 덮자 비둘기의 비명이 잦아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던 사리불의 그림자가 비둘기 위를 덮자 비둘기는 다시 비명을 지르며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란 사리불이 여쭈었습니다.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을 없앤 것으로는 부처님과 제가 똑같은데, 대체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의 그림자가 덮으면 편안해하던 비둘기가 제 그림자를 만나면 비명을 지르는 것입니까?”

“사리불이여, 그대는 삼독의 습기를 완전히 다 없애지 못하였다. 그래서 비둘기가 그대의 그림자를 보고도 두려움을 느껴 비명을 지르고 떠는 것이다. 그대는 이 비둘기의 전생과 내생을 어느 정도까지 볼 수 있겠는가?”

사리불이 삼매에 들어 비둘기의 전생과 내생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생으로 그리고 내생으로 1생, 2생, 3생을 지나 급기야 8만 대겁의 시간을 살펴보았지만 그 이상의 비둘기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사리불에게 부처님은 이 비둘기가 항하사 대겁 동안 비둘기로 지내다가 사람의 몸을 받아 마침내 성불하게 되리라는 예언을 하십니다.

사리불은 부처님께 참회합니다.

“저는 한 마리의 새에 대해서도 그 본말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어찌 일체법을 알 수 있겠습니까. 제가 만일 부처님의 이러한 지혜를 알 수 있다면, 기꺼이 아비지옥에 들어가서 한량없는 겁의 고통이라도 받겠습니다.”

지혜제일 사리불이라지만 부처님의 지혜에 비한다면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이 이야기는 아바단나경(阿婆檀那經)에서 인용하였다고 <대지도론> 제11권에서 밝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