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완성 ‘바라밀’

반야바라밀은 가섭도 춤추게 한다

삼독을 끊고 쾌락을 벗어난 수행자도

바라밀 수행으로 끊임없이 정진해야

고운 음성으로 노래 부르며 악기를 아주 잘 타는 하늘의 신 긴나라(緊那羅, 甄陀羅 kim.nara)가 어느 날 수많은 권속들을 거느리고 부처님에게 내려왔습니다. 저들은 평소에는 신과 같은 모습을 지니다가 부처님을 뵐 때는 인간의 모습을 취하기 때문에 이름 ‘긴나라’는 ‘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듯(人非人)’이라는 뜻의 한문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긴나라가 팔만사천 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부처님에게 온 까닭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기 위함입니다. 그야말로 ‘마치 하늘에서 들려오는 듯한 음악’, ‘하늘이 내린 목소리’가 바로 이럴 것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감흥에 젖어 어깨춤을 들썩였고, 심지어 지구를 지탱하는 수미산과 온갖 산들과 나무들마저도 음악에 취해 버렸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곁에 있던 대중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저들도 한결같이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에 취해서 몸을 선율에 맞춰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음악에 취한 대중들 가운데 가섭존자도 있었습니다. 고행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 절제를 해서 많은 수행자들의 귀감이 되는 분이시지요. 그런데 바로 이 가섭존자까지도 긴나라의 연주에 취하고 말았습니다.

이 모습을 본 천수(天須)보살이 가섭존자에게 물었습니다. “존자께서는 법랍도 높고 수행도 깊으셔서 열두 가지 두타행에 으뜸가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지금 이렇게 안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계십니까?”

의식주와 관련해서 모든 번뇌를 털어버려 오직 수행에 매진하는 것을 두타(頭陀, dhu-ta)라고 하는데, 열두 가지가 있습니다. 12두타행이란, 인가(人家)를 멀리 떠나 숲이나 광야의 한적한 곳에 머물기, 늘 밥을 빌어서 생활하기, 빈부를 가리지 않고 마을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기, 한자리에서 먹고 거듭 먹지 않기, 발우 안에 든 것만으로 만족하기, 정오가 지나면 음료를 마시지 않기, 헌 옷을 빨아 기워서 입기, 오직 삼의(三衣)만 지니고 여벌의 옷을 쌓아두지 않기, 무덤 근처에서 지내기, 노지에서 지내기, 앉아서 지낼 뿐 눕지는 않기의 12가지 수행입니다(<불교어대사전> 홍법원 편 참고).

열두 가지 두타행을 완전하게 지키기로 자타가 인정하는 가섭존자이건만, 하늘의 음악신 긴나라의 연주에 취해서 흐느적거리고 있는 모습을 천수보살에게 들킨 것입니다.

가섭존자는 그에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내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서 흔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욕망도 나를 뒤흔들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감흥은 보살의 신통한 공덕과 과보의 힘 때문입니다. 그것이 나를 춤추게 하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수미산과 같으니, 사방에서 제 아무리 거세게 일어난 바람이라도 수미산을 조금도 흔들지는 못하지만 대겁(大劫)이 다할 때 부는 거대한 바람(毘藍風)에는 수미산도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초기 경전인 <니까야>에서는 가섭 존자의 수행은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반야경>의 차원에 들어오면 안주하지 말고 다시 수행을 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반야바라밀에 도달할 때까지입니다.

<대지도론> 제11권에서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번뇌를 끊는데도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을 끊어서 마음이 인간과 하늘의 쾌락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비록 인간이나 하늘의 쾌락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보살의 공덕과 과보를 좋아하고 기뻐하고 바라는 욕구를 버리지 못한 차원이 있다. 이런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해야 한다.”

‘지혜의 완성’이라는 뜻의 반야바라밀-이제 <대지도론> 산책은 본격적인 바라밀의 설명으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