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의 이익

보시는 열반의 첫 인연…칭찬 명예 낳는 곳간

‘반야’ 연습의 첫 번째 미션

고차원의 보시 구체적 설명

이 연재 시작할 때 <대지도론>은 600권으로 이루어진 <대반야바라밀다경>에 대한 해설서라는 내용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내용은 반야바라밀을 설명하기 위한 도입부에 지나지 않다는 것도 눈치를 채셨겠지요. 그런 만큼 반야바라밀에 대한 설명이 주가 되고 있는데, 이제 바야흐로 그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반야바라밀은 육바라밀 중에 하나입니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의 다섯 바라밀을 이룬 끝에 완성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바라밀을 완성하기를 기다려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함께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애초에 ‘바라밀’이란, ‘마스터’한다는 뜻이라는 어쭙잖은 설명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마스터’란 것이 바로 ‘완전하게 이루어도 성취했다는 생각조차 내지 않는 것’으로, <대지도론>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마치 전륜성왕이 모든 적을 항복시키고도 그 마음이 교만하지 않는 것과 같다.”(제11권)

도대체 세상 모든 적의 항복을 받고도 우쭐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막연하게 반야라는 지혜를 닦으라고 하지만 좀 애매합니다.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반야의 지혜를 얻는 방법이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반야’를 연습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미션이 주어지는 것이고, 그게 바로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입니다. 자, 이제 첫 번째 미션인 ‘보시’가 시작됩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보살마하살은 머무르지 않는 법으로 반야바라밀에 머무르고, 버릴 바 없는 법으로써 단(壇)바라밀을 구족하나니, 베푸는 이와 받는 이와 베푸는 물건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제11권)

보시(布施)는 아시다시피 ‘베풀기’입니다. 그런데 <대반야바라밀다경>과 대지도론에서는 그냥 “베풀라”고 말하지 않고, “베푸는 이(施者)와 받는 이(受者)와 물건(財物)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단순한 베풀기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전륜성왕이 세상의 모든 적들을 항복받고도 항복한 적도 없고 항복시킨 자신도 없으며 항복이란 자체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보시’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대지도론>에서는 먼저 일반적인 보시를 설명하고, 이어서 고차원의 보시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대지도론>에 따르면, 보시에는 갖가지 이익이 있으니, 보시는 보배창고여서 누가 무엇을 원하더라도 다 내주고, 보시는 괴로움을 깨뜨려서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며, 보시는 하늘의 길을 열어 보여주며, 보시는 선부(善府)이니 착한 사람을 거두고, 보시는 안온하니 임종할 때에 마음에 두려움이 없으며, 보시는 자애의 모습(慈相)이니 온 세상을 구제하고, 보시는 즐거움을 모으니 괴로움이라는 도적을 쳐부수며, 보시는 인색함이라는 적을 항복시키는 대장입니다.

보시는 천상과 인간이 좋아하는 훌륭한 과보요, 보시는 성현들이 노니는 깨끗한 길이며, 보시는 선(善)을 쌓아서 복덕의 열매가 되며, 보시는 일을 일으켜서 갖가지 인연을 모으며, 보시는 선한 행이니 좋아할 만한 열매를 낳는 씨앗이요, 보시는 복업(福業)이니 선한 자의 모습이요, 보시는 빈궁함을 깨뜨리고 삼악도를 끊으며, 보시는 복락의 과보를 온전하게 보호해줍니다.

나아가, 보시는 열반의 첫 번째 인연이요, 선한 사람들의 무리에 들어가는 요긴한 법이고, 칭찬과 명예를 낳는 곳간이며, 사람들 무리에 들어가도 곤란해지지 않게 하는 공덕이며, 마음에 회한이 없는 집이며, 착한 법과 도를 행하는 근본이며, 갖가지 즐거움의 숲이며, 부귀와 편안함의 복전이며, 도를 얻어 열반에 이르는 나루터이며, 성인과 대사(大士)와 지혜로운 이들이 행하는 바이며, 그 밖의 덕이 모자라고 지식이 얕은 자들이 본받을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