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계바라밀①

 계는 모든 선한 法이 머무는 곳

선행을 하며, 게으름 피지 않으며

마법의 병을 지키듯 소중히 하라

너무나 가난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가난이 하도 지긋지긋해서 모쪼록 가난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부귀를 꿈꾸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하기를 12년. 그 지극한 정성에 감복한 하늘이 마침내 그 앞에 나타났습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남자는 진심으로 외쳤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갖고 싶습니다.”

하늘은 그에게 병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이 병을 잘 간수하여라. 그대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이 병에서 나올 것이다.” 그리고 홀연히 하늘은 사라졌습니다. 남자는 반신반의하면서 병을 들고 그토록 바라던 물건들 이름을 하나씩 외쳤습니다.

아, 과연! 하늘의 말대로 병에서는 온갖 가지 물건들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집을 마련했고 호화가구와 최신형 전자제품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났습니다. 남자는 누구라도 극진하게 대접해서 보냈습니다. 마법의 병이 있는 한 재산이 줄어들 걱정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손님 한 사람이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당신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난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갑부가 되었습니다. 대체 무슨 조화인지요?”

남자가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간절히 기도하자 하늘에서 마법의 병을 내려주었지요. 그 병에서 온갖 물건이 저절로 튀어나와 이렇게 부자가 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런 병이 있단 말이오?”

손님이 도리질을 하자 남자가 마법의 병을 꺼내왔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보는 앞에서 그 병에서 값비싼 물건들을 불러냈습니다. 점점 두 눈이 커지는 손님을 보자 남자는 갑자기 우쭐해졌습니다.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바닥에 놓인 마법의 병 위에 올라가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병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병에서 나왔던 모든 물건들도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대지도론>제13권)

남자는 한순간에 다시 거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허망함을 무엇에 비유하면 좋을까요? 이 이야기는 계(戒)를 지니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원하는 대로 뭐든 가질 수 있는 부자가 된 것은 계를 지키는 것 즉 지계(持戒)를 의미하고, 마법의 병이 깨지고 알거지가 되어버린 것은 계를 깨는 것 즉 파계(破戒)를 비유한 것입니다.

계를 지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으니, 마법의 병을 소중하게 보호하듯, 또는 제 목숨을 아끼듯 계를 지켜야 한다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 그리고 “계는 모든 선한 법이 머무는 곳”이라고 단언합니다.

계(戒, s´1-la)는 착한 길을 행하기를 좋아해서 스스로 게으름 피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계에는 자발적으로 선한 일을 실천한다는 뜻이 있을 뿐,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식의 처벌의 개념은 없습니다. 선한 일을 하지 않고 악을 행하면 그 행동(악업)에 따라오는 당연한 결과로 삼악도가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계에 여덟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불뇌해(不惱害)이니, 다른 생명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는 불겁도(不劫盜)이니,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치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는 불사음(不邪)이니, 그릇된 애정관계를 맺지 않는 것입니다. 넷째는 불망어(不妄語)이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불양설(不兩舌)이니, 이간질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섯째는 불악구(不惡口)이니, 거친 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곱째는 불기어(不綺語)이니, 번드레하게 꾸밈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덟째는 불음주(不飮酒) 및 정명(淨命)이니, 술 마시지 않고 깨끗하게 생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키는 5계는 바로 이 8계에서 나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