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의 문을 닫는 거짓말의 허물아는 것은 안다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라
부정한 마음으로 남 속이려다
결국은 내 발등 찍고 마는 것
미국에서 실험해봤더니 사람은 하루에 약 200번을 거짓말한다고 합니다. 물론 유난히 남을 의식하며 필요 이상으로 표현을 하는 미국인은 한국인보다 거짓말하는 횟수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식당 주인이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으면, “예!”라고 답하지만 속으로는 ‘그걸 밥이라고 내놨어요? 다신 안 와!’라고 외치고 싶은 맘이 들 때가 많고, 직장 상사가 “힘들지?”라고 물을 때 “괜찮아요”라고 답하지만 속마음은 ‘알면서 왜 묻냐?’라고 따지고 싶을 때가 거의 전부입니다.
하루에 200번을 거짓말한다면, 잠자는 8시간을 제외하면 4.8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한다는 셈이라는데, 이런 사실이 믿기지 않아 독일의 한 신문기자는 ‘40일 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실험’을 직접 해본 뒤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라는 책도 썼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거짓말에 젖어 사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속고 속이면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나머지 너무 솔직한 사람은 오히려 거북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사실을 숨겨 다른 말을 하여 입의 업을 짓는 것이 거짓말(妄語)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생각과는 다른 말을 하는 것, 그리고 부정한 마음으로 남을 속이려는 것은 거짓말이요, 이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불망어(不妄語) 즉 ‘거짓말하지 않기’는 뭘까요. 뭔가 진실한 것을 드러내는 일일까요? 굳이 진실을 밝혀내고 천명하는 것이 ‘불망어’일 수도 있겠지만 경전에서는 뜻밖에도 참으로 소박하게 일러줍니다. 즉,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본 것은 보았다고 하고, 보지 못한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하고, 들은 것은 들었다 하고, 듣지 못한 것은 듣지 못했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불망어’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친아들인 라훌라는 어렸을 때 예사롭게 거짓말을 했던 모양입니다. 부처님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부처님이 안 계실 때 “계십니다”라고, 계실 때 “안 계십니다”라고 대답해서 사람들을 허탕 치게 하기 일쑤였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라훌라에 대한 원성이 자자해지자 부처님이 친히 그를 찾았습니다.
라훌라가 대야에 물을 담아 와서 부처님의 발을 씻겨드리자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 대야를 엎어 놓고 그 위에 물을 부어보아라.”
라훌라가 엎어놓은 대야 위에 물을 붓자 부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물이 담기느냐?” “담기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창피한 줄 모르는 사람의 마음도 그와 같아서, 거짓말이 마음을 가려서 진리가 마음에 담길 수가 없느니라.”
이처럼 거짓말에는 착한 법이 담길 수 없는 허물이 있어서 하늘에 이르는 길도, 열반으로 들어가는 문도 닫아버립니다. 게다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부처님의 말씀까지도 믿고 따르지 않기 때문에 그 허물이 참으로 크다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거짓말에는 열 가지 허물이 있으니, 첫째는 입에서 냄새가 나 , 둘째는 선신(善神)이 멀리 하고 그릇된 사람에게 틈을 보여주며, 셋째는 그가 진실하게 말해도 남이 믿지 않으며, 넷째는 지혜로운 사람들의 토론에 끼지 못하며, 다섯째는 항상 비방을 받고 추한 소문이 퍼지며, 여섯째는 사람들이 존중하지 않고, 일곱째는 근심이 많으며, 여덟째는 남을 비방하는 업을 지으며, 아홉째는 죽은 뒤 지옥에 떨어지며, 열째는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항상 남의 비방을 받는다고 합니다.
부처님도 믿지 못하게 되고 열반의 문마저 닫아버린다는 거짓말-남을 속이려다 내 발등을 찍고 마는 짓이 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