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계의 종결,지계바라밀

“지금 내 살을 베풀고, 다음 생에 법을 베풀겠다”

계율 지키려고 죽음을 자초한 용

중생 가엾이 여기며 지계바라밀 실천

<대지도론>에서는 재가자로서 오계를 지키는 사람에 네 종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낮은 단계(下人)의 지계는, 금생의 즐거움을 위하거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명예를 위하거나 집안의 가풍 때문에, 또는 남의 간청에 따르거나 괴로운 노역이나 환난을 피하려고 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 보다 조금 높은 단계(中人)의 지계는, 다음 생에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계를 지키고, 혹은 장차 고생 끝에 낙이 오리라는 기대에서 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현생의 행복만을 원하는 앞의 단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생의 행복을 원한다는 점입니다. 그보다 좀 더 높은 단계(上人)의 지계는, 열반을 위해서 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가장 높은 단계(上上人)의 지계는, 중생을 가엾이 여겨서 불도를 구하려는 마음에 계를 지키는 것이요, 모든 법을 잘 알아서 진실한 모습을 구하며 나쁜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거움도 구하지 않는 차원에서 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이 단계가 바로 계를 지키는 것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계’의 차원을 넘어선 ‘지계바라밀’의 차원입니다.

이제 지계의 종결, 즉 지계가 바라밀로 승화하는 것을 말할 차례입니다. 용이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세력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누구든 그 용 앞에 있으면 기세에 눌려 죽어 버리거나 정신이 돌아서 죽어 버릴 정도입니다. 어느 날 이 용이 단 하루라도 계를 지키며 살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계를 받은 뒤에 조용한 숲속에 들어가서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사색에 잠기다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 때 사냥꾼 한 사람이 잠든 용을 발견했습니다. 깨어 있을 때는 감히 접근을 할 수 없을 정도지만 잠든 모습은 그냥 평범한 한 마리 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냥꾼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 뱀껍질을 벗겨서 왕에게 바치자. 분명 왕이 내게 크게 치하할 것이다.’ 사냥꾼은 막대기로 머리를 누른 뒤에 칼로 용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습니다. 잠에서 깬 용은 생각했습니다. ‘나를 감히 일개 인간이 괴롭히고 있구나. 예전 같으면 대번에 죽여 버리겠지만 지금은 계를 지키고 있으니 내 몸을 생각하지 말고 부처님 말씀을 지키기로 하자.’

용은 보지 않는 게 차라리 낫겠다 생각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숨도 쉬지 않았습니다. 사냥꾼이 놀라 달아나거나 자신이 불현듯 화를 내어서 그를 죽여 버릴지도 몰라 용은 애써 죽은 듯 참고 견뎠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사냥꾼은 용의 껍질을 도려냈습니다. 그러다 결국 살점까지 도려냈고 도려낸 살점이 바닥에 놓인 채 태양의 열기에 벌겋게 익어갔습니다. 그러자 작은 벌레들이 기어왔습니다. 벌레들이 자신의 살점을 뜯어먹는데도 용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몸을 벌레들에게 보시하는 것은 불도를 구하는 까닭이다. 지금은 내 살을 베풀어서 저 벌레들의 몸을 살찌우고, 훗날 성불하거든 다시 법을 베풀어서 저들의 마음까지도 이롭게 해주리라.”

껍질이 벗겨지는데도 후회하지 않고, 시원한 물 한 모금이 간절했지만 작은 벌레들이 제 몸을 뜯어먹자 꼼짝도 하지 않고 고스란히 내 준 용은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끊어지는데도 자기보다 약한 자들을 해치지 않으려고 참아낸 용 이야기는 <소타소마왕경(蘇陀蘇摩王經)>에서 재인용 됐습니다.

지계바라밀 서원은 <대지도론>제14권에서 “계를 지키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끝내 후회하지 않으면 이것을 시라바라밀이라 한다” “반드시 중생을 구제할 것이니 일찍 열반에 들기를 바라지 않으리라. 오직 사랑에 속고 어리석어서 고통을 자초하는 중생들을 구제하여 피안에 들게 하리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