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한 바 이루려고 쉬지 않고 정진한 이야기

뜻한 바 이루려고 쉬지 않고 정진한 이야기들

가르침 받아쓰려 피를 찍어 옮긴 보살

날개적신 물방울로 타는 숲 끄려 맹세

쟈타카에는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쉬지 않고 정진한 보살(석가모니 부처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세 가지 이야기가 <대지도론>제16권에 등장하는데,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새끼 밴 어미사슴을 대신해서 제 목숨을 내놓은 사슴 이야기입니다. 데바닷타와 석가모니부처님이 나란히 사슴으로 태어나서 각기 무리를 이끌고 있었는데, 이들은 안타깝게도 브라흐마닷타왕의 정원에 살면서 매일 왕의 식탁 위에 고기반찬으로 올라가야 할 운명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데바닷타 사슴 무리 중에 어미사슴 한 마리가 데바닷타를 찾아와서 이렇게 청합니다.

“제 순서를 뒤로 좀 늦춰주시면 새끼를 낳은 뒤에 요리사의 화살을 기꺼이 맞겠습니다.”

하지만 데바닷타 사슴은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이런저런 사정 다 들어주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어미사슴 대신 하루라도 빨리 왕의 식탁에 오르겠다고 자처할 사슴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거절당한 어미사슴은 보살사슴(석가모니부처님의 전생몸)에게 찾아가서 하소연합니다. 사연을 들은 보살사슴이 대신 차례가 되어주겠다고 나섭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왕은 “축생이 사람보다 낫다”라며 이후 육식을 끊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12살 때부터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성자의 법을 구했지만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남자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름은 애법(愛法). 그의 마음을 시험하려고 어떤 바라문이 홀연히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성스러운 진리를 알고 있소. 그대가 진실로 법을 사랑한다면 그 진리를 줄 수 있소만….”

애법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제게 그 진리를 가르쳐 주십시오. 저는 진리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정말 법을 사랑한다면, 지금부터 내가 일러주는 그 가르침을 베껴 쓰시오. 단, 그대의 피부를 종이로 삼고, 그대의 뼈를 붓으로 삼고, 그대의 피를 적셔서 받아써야만 하오. 할 수 있겠소? 그렇다면 내가 가르침을 주리다.”

애법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피부를 벗겨내고 뼈를 부숴서 붓으로 삼아 피를 적셔 바라문이 들려주는 가르침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세 번째는 어마어마한 화마가 숲을 태우는데 그 불을 끄겠다고 나선 꿩 이야기입니다. 꿩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두 날개에 물을 적셔 와서 불타오르는 숲에 떨어뜨리는 것뿐입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꿩은 지치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수도 없이 가까운 연못으로 날아 들어가서 날개에 물을 적셔 숲의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보다 못한 제석천이 그 이유를 묻자 꿩은 대답했습니다.

“이 숲은 나무 그늘이 크고 깊어서 수많은 중생들이 늘 기쁘게 찾던 곳입니다. 수많은 존재들이 은혜를 입은 곳인데 이 숲이 지금 불에 타고 있습니다. 제가 아직 날아다닐 힘이 있는데 어떻게 손 놓고 있겠습니까?”

“그러다가 숲의 불을 다 끄기도 전에 네가 죽을 수도 있다.”

“죽을 때까지 물을 가져와 불을 끄겠습니다.”

“네 간절한 맹세를 누가 증명할까?”

“제 맹세가 헛되지 않다면 이 불이 저절로 꺼지기를 바랍니다.”

꿩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숲의 불은 꺼져버렸습니다.

세세생생 남의 목숨 구하려고 제 목숨을 기꺼이 내놓은 보살, 가르침 한 자락을 받아쓰려고 스스로 피부를 벗기고 피를 찍어 옮긴 보살, 그리고 날개에 적신 몇 방울의 물로 숲의 불을 끄겠다고 맹세한 보살. 이들이 다 정진을 상징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살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