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눈·귀·코·혀·몸부터 잘 단속하라

자신의 눈·귀·코·혀·몸부터 잘 단속하라

절제 못하면 대상에 빨려 들어가

맛에 집착해 몸을 잃는 고통 겪어

지난 호에는 눈, 귀, 코, 혀, 몸을 절제하지 못하여 바깥 대상에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는 일의 폐해를 말씀드렸지요. 오늘은 이 중에서 맛에 탐착하기를 멈추지 않으면 어떤 부작용이 찾아오는가를 일러주는 이야기가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옛날에 찬드라박가왕의 왕자는 늘 달콤하고 맛좋은 음식만 찾았습니다. 그래서 왕의 정원에는 아예 왕자에게 날마다 달콤하고 신선한 과일을 따서 올리는 사람이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정원 한 켠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 위에 새가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었습니다. 어미새는 늘 향산(香山)으로 날아가서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을 물어다 새끼를 먹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새가 그만 과일 하나를 떨어뜨렸습니다. 마침 정원지기가 이른 아침에 그곳으로 나왔다가 이 과일을 발견하게 되었고, 즉시 왕에게 보냈습니다. 왕은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한 과일을 들여다보다 맛을 조금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왕자도 그 과일을 조금 맛보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맛에 집착하는 왕자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릴 지경에 놓였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과일은 처음 먹어봤기 때문입니다. 이제 왕자는 그 과일만 찾기 시작했습니다. 왕은 정원지기를 불러 매일 그 과일을 왕자에게 바치라고 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원지기는 난감해졌습니다.

“저는 이 과일을 그저 땅에서 주웠을 뿐입니다. 씨앗도 없으니 심을 수도 없고,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왕자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리고 왕은 정원지기에게 이유 불문하고 과일을 구해오라고 재촉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정원지기는 과일을 주운 나무 근처에서 자세하게 살피기 시작했고, 그 과일은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사는 어미새가 어딘가에서 물어온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정원지기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몸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어미새가 새끼들 먹이려고 과일을 물고 와서 새끼 입에 떨어뜨리는 순간 그 과일을 낚아챘습니다. 다행히 어미새는 눈치 채지 못했고, 정원지기는 이렇게 해서 매일 그 맛있는 과일을 왕자에게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야위어가는 새끼들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어미새는 이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렸습니다. 그렇다고 새끼들을 모조리 데리고 당장 다른 곳에 보금자리를 만들 수도 없는 일입니다. 어미새는 멀리 날아가서 과일을 물어 와서는 사람의 손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새끼입에 넣어주지만 정원지기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 과일을 날마다 낚아채서 왕자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어미새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때마침 향산에는 맛도 향기도 빛깔도 똑같지만 독이 들어 있는 과일도 있었습니다. 어미새는 그 독이 든 과일을 물고 와서 새끼들 입에 넣어주는 척 했고, 정원지기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못한 채 그걸 빼앗아다 왕자에게 바쳤습니다.

왕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과일을 다 먹기 무섭게 온몸이 붓기 시작했고, 그러다 사지가 뭉개지더니 숨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게 말이요. 좀 적당히 하지.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악착같이 그것만 찾으니 결국 그런 일을 당하고 말잖아요.”

당장 우리 둘레를 보면 이렇게 맛에 집착해서 몸을 잃는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왕자야 화를 자초하여 스스로 고통을 겪었을 뿐이지만 어떤 경우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이의 행복을 침범하거나 해를 입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선정을 닦으려면 먼저 자신의 눈, 귀, 코, 혀와 몸을 잘 단속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대지도론>제17권에서 강조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