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열네가지 허물

다섯 행을 실천해야 선정 들어

욕망의 열네 가지 허물 일러줘

즐거움 주는 대상 다른 각도서 찾아야

“선정에 들고 싶으면 다섯 가지 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 그 다섯 가지는 의욕, 정진, 기억, 교묘한 지혜, 한 마음입니다.

첫 번째, 의욕(欲)입니다. 욕계에서 벗어나고자 욕구를 일으키고, 초선을 얻고자 욕구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정진(精進)입니다. 초저녁이건 한밤중이건 부지런히 노력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음식을 절제하고 마음을 잘 다스려서 이리저리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기억(念)입니다. 선정의 첫 번째 단계(初禪)가 안겨주는 즐거움을 기억하고, 욕계가 깨끗하지 않고, 어지럽고 미혹되었으며 천박하다는 것을 알고 초선이 존중받을 만하고 귀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교묘한 지혜(巧慧)입니다. 욕계의 즐거움과 초선의 즐거움 가운데 어느 쪽의 즐거움이 귀하고 존중할 만한지를 잘 헤아리고 관찰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한 마음(一心)입니다. 언제나 대상에 잘 묶어두어서 흩어지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상이 <대지도론> 제17권에서 말하는 ‘선정을 얻기 위해 닦아야 할 다섯 가지 행’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그 내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선정은 즐겁다는 것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는 세속(욕계)의 즐거움도 만만치 않지만 선정의 즐거움도 그 못지않으니, 아니 선정이 더 즐거우니 어느 즐거움을 택할 것인지 잘 생각해서 고르라고까지 말합니다.

이 말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세속의 즐거움은 무가치하니 그 즐거움을 버리고 떠나서 수행하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지만, 수행이라는 것이 즐거움을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대상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고 찾아보라는 것이지요. 이왕이면 더 괜찮은 걸 찾아서 그걸 즐기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욕망의 세계(욕계)에서 추구하는 즐거움은 어떤 결점이 있다는 말일까요? <대지도론>제17권에서는 “오로지 초선을 구하며 욕망과 쾌락을 버려야 하니 우환이나 원수와 같으므로 언제나 없애려고 애를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면서, 부처님이 욕망에 붙잡힌 바라문에게 들려주신 욕망의 열네 가지 허물을 이렇게 일러주고 있습니다.

①욕망은 두려운 것이어서 근심과 괴로움의 원인이 되고 ②욕망에는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은 매우 크며 ③욕망은 마라의 그물이어서 덮이면 빠져나오기 어렵고 ④욕망은 온갖 즐거움을 바싹 말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열기와 같아서 숲의 사방에서 일어난 불과 같으며 ⑤욕망은 불구덩이에 막 떨어지는 것과 같으니 매우 두려우며 ⑥욕망은 독사에게 쫓기는 것과 같으며 ⑦욕망은 원한을 품은 도적이 칼을 겨누는 것과 같고

⑧욕망은 사악한 나찰과 같고 ⑨욕망은 맹독을 입에 넣은 것과 같고 ⑩욕망은 열기에 녹은 구리를 삼킨 것과 같고 ⑪욕망은 번뇌·업·괴로움의 흐름에서 거칠게 날뛰는 미친 코끼리(無常을 비유)와도 같고 ⑫욕망은 깊은 구덩이에 막 떨어지게 되는 것과 같고 ⑬욕망은 길을 막아선 사자와 같고 ⑭욕망은 입을 열고 달려드는 거대한 물고기 마갈어(摩竭漁)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