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기행을 그만하라

자신 거둬 깊은 선정서 감칠맛 만끽해야

눈·귀·코·몸 감촉에도 맛 담겨
생명에 대한 사랑 놓지 않아야

‘아, 맛있어!’ 이 말 참 좋습니다.

맛있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여행을 가도 맛있는 음식점을 찾는 재미가 무척 큽니다. ‘맛집 찾아다니기’가 현대인들 취미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고, 음식 먹는 것으로 도배하는 이른바 ‘먹방’ 프로그램은 대체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화려한 잔치라 해도 음식이 맛없으면 그다지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합니다.

그런데 맛은 꼭 음식에만 있지 않습니다. 눈으로 보는 대상, 귀로 듣는 소리, 코로 맡는 향기, 몸으로 느껴지는 감촉에도 맛이 담겨 있습니다. 맛이 좋으면 자꾸 찾게 되고, 찾는 맛이 원할 때마다 척척 내게 오지 않으면 우리는 실망하고 나아가 분노를 하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중생이란 이런 맛난 것(대상)을 찾아다니는 재미로 평생을 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부처님은 좋은 맛을 찾아다니는 중생의 행위를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왕 맛 좋은 걸 찾는다면 그 맛이 깨끗하고 순수하고 영원하며 나를 조금 더 향상시켜주는, 그런 맛을 찾기를 권합니다. 선정은 그런 차원에서 부처님이 권하는 참 맛있는 행위입니다.

중생과 수행자의 차이를 굳이 나눈다면 중생은 자신에게서 선정의 맛을 찾아낼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바깥에서만 맛을 구해 다니는 존재입니다. 반면 수행자는 바깥의 맛을 찾아 헤매기를 그만두고 안으로 자신을 거두고서 깊은 선정에서 감칠맛을 만끽합니다. 그러면서 이 행복한 맛을 알지 못한 채 맛집을 찾아 밖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깁니다. <대지도론>에서는 이것을 두고 다음과 같은 비유로 설명합니다.

“중생은 앞을 보지 못하는 큰 부자와도 같다. 그토록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 채 구걸하러 다니기 때문이다. 반면 지혜로운 이는 값비싸고 진귀한 보물덩어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 재물을 보지 못한 채 구걸하고 다니는 그를 가엾이 여긴다.”(<대지도론>제17권)

그렇다면 모든 이의 마음에 들어 있는 맛집이 바로 선정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당장 가부좌를 맺고 호흡을 고루며 주의집중하면 누구라도 선정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내면에 들어 있는 맛집인 선정을 누구나 똑같이 체험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선정도 세 종류로 나뉘니, 바로 외도의 선, 성문의 선, 보살의 선입니다. 그리고 이 세 종류의 선은 큰 차이점이 있으니 다음과 같습니다.

외도들은 선의 맛에 집착합니다. 맛이란 것이 고정되지도 않았으며 영원하지도 않은데 선정의 맛에 깊숙하게 빨려 들어가서 탈이 납니다.

성문과 보살은 선의 맛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하지만 성문(아라한과 벽지불)의 선은 ‘바라밀’이라 불리지 못하며 보살의 선만이 ‘선정바라밀’이라 불리는 이유는 딱 한 가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大悲心)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또 다른 차이점을 들자면, 외도의 선에는 세 가지 근심이 있으니 맛에 집착하고, 그릇된 견해에 빠지고, 교만해진다는 것입니다. 성문의 선은 그보다는 훨씬 훌륭하지만 자비가 얇고, 날카로운 지혜로 모든 법의 실상을 꿰뚫지 못하며, 제 한 몸만을 좋게 여겨 부처의 씨앗이 싹틀 여지를 베어버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보살의 선은 이런 단점들이 없으니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아서 어떤 선정에 들더라도 중생을 잊지 않으며 하찮은 벌레에게까지도 자애로운 생각을 품는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선정이 안겨주는 맛에 집착하지 않고, 선정에 들어 있을 때나 선정에서 나왔을 때나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을 마음에서 놓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선정바라밀이라는 것이 <대지도론>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