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갖춰야 할 세상의 모든 지혜

반야바라밀③ 우리가 갖춰야 할 세상의 모든 지혜

無學은 더 이상 배울 것 없음 뜻해

道는 하나, 지혜 쓰임〈用智〉엔 차이있어

반야는 지혜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지혜를 말할까요?

<대지도론>제18권에서는 간단하게 답합니다. “반야바라밀은 모든 지혜를 다 포섭한다. 왜냐 하면 보살이 불도를 구하면 모든 법을 배워야지 일체지혜를 얻게 되니, 성문의 지혜, 벽지불의 지혜, 부처의 지혜이다.”

다시 말해서 배워야 할 모든 이치가 다 반야바라밀에 들어간다는 말이며, 지혜에는 “학(學)의 지혜, 무학(無學)의 지혜, 비학비무학(非學非無學)의 지혜” 세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씩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비학비무학의 지혜입니다. 건혜지(乾慧地)와 같으니, 부정관, 안나반나, 욕계에 묶인 사념처, 난법(煖法), 정법(頂法), 인법(忍法), 세간제일법 등입니다. ‘건혜지’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촉촉한 물기를 조금도 머금고 있지 않은 매우 건조하게 바짝 마른 지혜의 단계라는 뜻입니다. 바짝 마른 이유는 비록 지혜는 있는지 몰라도 선정의 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학(學)의 지혜입니다. 비학비무학의 지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경지인데, 고법지인(苦法智忍)의 지혜에서 아라한의 과위를 향하는 제9무애도(無道) 가운데 금강삼매(金剛三昧)의 지혜입니다. 아라한의 경지를 향해 부지런히 쉬지 않고 수행하여 얻는 지혜입니다.

셋째, 무학(無學)의 지혜입니다. 앞서는 아라한의 과위를 ‘향’하는 단계였다면, 이 단계는 아라한의 제9 해탈지이니, 이로부터 이후에 일체무학지와 진지(盡智) 무생지(無生智) 등이 무학지입니다. 무학이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뜻이니 바로 아라한을 일컫습니다.

이들 지혜의 내용 하나하나에 대하여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합니다. 일단은 <아함경(니까야)>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지혜의 내용이라고 본다면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지혜가 바로 성문의 지혜입니다.

그렇다면 벽지불의 지혜는 어떤 것일까요? <대지도론>제18권에는 “도는 한 가지인데 지혜의 쓰임(用智)에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벽지불에도 종류가 있으니, 인연각(因緣覺)과 독각(獨覺)입니다.

인연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이른 아침, 한 나라의 왕이 궁녀들을 거느리고 숲에서 노닐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숲은 참으로 사랑스러웠으니, 아름다운 꽃과 탐스러운 열매가 가득했습니다. 유유히 산책을 하며 숲을 감상하던 왕이 식사를 마치자 나른해졌습니다. 그가 잠시 잠든 사이 왕비와 궁녀들이 숲으로 들어가서 아름다운 꽃을 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왕이 눈을 떴을 때는 그토록 아름답던 숲의 나무가 온통 훼손되어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왕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입니다.

‘덧없다 덧없다 하더니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그토록 아름답던 숲이 어찌 잠깐 사이에 황폐해지고 말았는가. 나의 부귀영화도 이와 같으리라.’

그리하여 덧없음을 깊이 사유한 왕은 그 자리에서 무루(無漏)의 도의 마음이 생겼고 온갖 번뇌를 끊고 벽지불의 도를 얻었으며, 여섯 가지 신통을 얻어서 고요한 숲을 날아가 버렸습니다.

누가 왕에게 다가와 모든 것이 덧없다거나, 덧없으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사소하면 사소하달 수 있는 숲의 훼손을 보고 왕의 마음에는 지혜를 추구하고자 하는 커다란 마음이 생겼습니다. 굳이 부처님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으니 이런 것은 전생의 인연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을 인연각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