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법문은 반야로 어우러진다

반야바라밀⑥ 천차만별 법문은 반야로 어우러진다

‘완성’ ‘행복’ 메시지에서 일치

법문들 상대방에 맞춰서 말해

맛지마 니까야에 들어 있는 <가나까 목갈라나경>에서는 숫자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던 목갈라나라는 이름의 바라문이 부처님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순서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높은 건물도 1층에서 시작해서 차츰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지요. 혹시 부처님, 당신의 가르침에도 이런 순서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부처님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부처님에게도 일종의 커리큘럼이란 게 있다는 말인데 ‘제일 먼저 계율을 숙지하고 잘 지키게 한다, 눈과 귀 등의 감각기관을 잘 다스리게 한다, 음식의 양을 잘 알도록 한다. …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잘 마친 사람이라야 혼자 외따로 떨어진 곳에 가서 참선을 하게 한다, 본격적인 참선에 들어가기에 앞서 다섯 가지 덮개(五蓋)를 없애도록 일러 준다…’라는 순서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체계적인 교과과정에도 불구하고 숱한 사람들을 만나 그의 처지와 수준과 경향에 맞게 법문을 들려주셔야 했던 부처님입니다. 그러다보니 오늘날 우리가 경전으로 만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심지어는 같은 사람의 법문이 맞나 의아할 정도로 법문 내용이 사뭇 다른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가령 열심히 일 잘하고 저축하라고 권하는가 하면, 세상이 얼마나 덧없는가를 수도 없이 일러주시고, 인연을 떠나 혼자서 열심히 수행 정진하라고 권하시는가 하면, 이웃에 대한 관심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플랑크톤을 비롯해서 거대한 몸집의 고래와 상어에 이르기까지 온갖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망망대해처럼, 부처님 가르침도 그와 같습니다. <대지도론>제18권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한이 없으니 대해와 같다. 온갖 사람들의 마음을 따르는 까닭에 부처님은 갖가지로 다양하게 법을 설한다. 어떤 때는 있다(有)고 말하고, 어떤 때는 없다(無)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항상하다, 어떤 때는 무상하다, 괴롭다, 즐겁다, 진정한 ‘나’를 찾아라, ‘나’라는 건 없다, 세 가지 선업을 부지런히 지어서 선(善)을 완성해라, 무엇을 하더라도 거기에는 실로 한다는 것도, 하는 사람도 없다….

이렇게 온갖 가지로 서로 다르게 말씀하신 바람에 생각이 짧은 사람은 부처님 말씀이 뒤죽박죽 제멋대로이고 뒤엉켰다고 말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부처님의 그 모든 말씀은 전부 진실해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잘 살펴보면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아도 초기경전이 으뜸이요, 나머지는 아예 읽어볼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초기경전은 완전 초보자들을 위한 수준 낮은 경이기 때문에 정말 불교를 알고 싶다면 대승경전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매체에 글을 쓰는 제 직업상 다양한 경전들을 동시에 봐야 하는데, 이때 초기경전과 대승경전의 메시지가 추구하는 바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메시지란 ‘완성’이요, ‘행복’이며, ‘나와 남이 함께’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상대방에 일일이 맞추어 일러주시느라 쏟아진 다종다양한 법문들을 <대지도론>제18권에서는 세 가지 법문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곤륵문(昆勒門)입니다. 곤륵이란 말은 학자들의 해설이 분분하지만, 삼장(三藏)의 ‘장’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어 피타카의 속어를 뜻하는 말입니다. 아함경(니까야)에 등장하는 모든 가르침이 해당합니다. “320만의 말씀이 있는데, 이것을 38만4천의 법문으로 줄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둘째는 아비담문(阿毘曇門)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자들이 두루 모아서 그 이치를 풀이한 것”입니다.

셋째는 공문(空門)입니다. 그야말로 공의 이치를 중점적으로 말한 내용입니다. 모든 것의 성품이 비었음을 들려주는 가르침으로 생공(生空)과 법공(法空)이 있다고 합니다.

이 세 가지 법문에 들어가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음을 아는 것이 반야바라밀의 힘인데, 반야바라밀을 얻지 못한다면 이 세 가지 법문은 저마다의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