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무익함

반야바라밀⑦ 법도 공하거늘 논쟁 즐기랴

空의 참다운 이치에 무지한 자들

논쟁은 찬탄이외 아무 이익 없어

석가모니 부처님이 사밧티 시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당시 파수라(Pasra)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늘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나는 인도 전역에서 으뜸가는 논쟁의 달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파수라는 부처님의 지혜제일 제자 사리불 존자와 논쟁하게 되었습니다. 신이 나서 수많은 사람들을 거느린 채 논쟁을 벌였지만 그는 사리불 존자를 논파할 수가 없었습니다. 패배를 인정한 파수라는 사리불의 제자가 되어 그 지혜와 토론술을 배우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랄루다인이라는 수행승의 몸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고 그가 더 뛰어난 논사라고 짐작하고 그의 제자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파수라는 스승 랄루다인을 가볍게 논파한 뒤, 출가하기 전보다 더욱 의기양양해져 환속합니다. 그리고 나서 랄루다인의 스승인 석가모니 부처님과 논쟁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제따숲을 지키던 신들은 기고만장해서 붓다와 논쟁을 벌이려고 찾아오는 파수라를 두고 볼 수가 없어 그를 벙어리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파수라는 붓다 앞까지 왔지만 한 마디도 말할 수 없었고, 그를 위해 붓다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십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의 진리를 고집하면서 자기 이론만이 옳고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론은 훌륭하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고집하는 것만 훌륭하다고 말하며 걸핏하면 토론을 벌이고 집회에 뛰어듭니다. 그렇게 서로 상대방을 어리석다고 몰아세우고, 사람들의 찬탄을 받으려고 자신은 착하고 건전한 사람이라고 주장합니다.

논쟁에 참가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찬탄을 받으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논쟁에서 지면 수치스럽게 여기고, 상대방을 공격할 거리를 찾다가 비판을 받으면 화를 냅니다. 그 논쟁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그대가 논파 당했다. 논쟁에서 졌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논쟁에서 진 사람은 커다란 슬픔에 사로잡히고 자신이 짓밟혔다며 울부짖습니다.

수행자들 사이에서 이런 논쟁이 벌어지면 득의와 실의가 엇갈립니다. 따라서 이런 폐단을 잘 살펴서 논쟁을 벌이지 말아야 합니다. 논쟁이란 기껏해야 사람들의 찬탄을 얻는 것 말고 아무런 이익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중 가운데 자기 의견을 말해서 대중의 찬탄을 받고, 바라던 대로 이익을 챙기면 그로 인해 우쭐대고 기뻐합니다. 우쭐대는 마음이 일어나면 그는 이미 파멸의 장에 들어선 것입니다. 자만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논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착하고 건전한 사람은 논쟁을 찬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중략) 이전처럼 싸울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논쟁거리는 이미 보리수 아래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견해로 다른 견해를 부수지 않고 적대감을 없애고 세상을 노니는 사람들에게는 세계 최고라 고집할 만한 것이 없는데, 파수라여, 대체 그대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무엇을 구하려고 이렇게 나선 것입니까? 그런데도 그대가 자기 견해를 고집하며 청정한 님(여래)과 실력을 겨루겠다며 논쟁하려 든다면 그대는 절대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전재성 역주, <숫타니파타>참고)

자기가 얻은 이치가 최고라고 집착하며 논쟁에 나선 외도에게 논쟁의 무익함을 일깨워주는 붓다의 이 게송 <숫타니파타> <파수라 숫타>의 내용입니다. 이른바 진리(法)라는 것도 자기성품이 빈 것(空)이거늘, 그 견해에 붙들려 논쟁을 즐기는 자들이야말로 공의 참다운 이치에 무지한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대지도론>제18권에는 릿차비족에게 거금을 받고 붓다와 논쟁을 벌이러 온 논력(論力)바라문의 일화로 인용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