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이 닦는 37조도품“보살은 모든 수행법 다 닦아야 한다”
니까야 바탕 정확한 해석 나와
대승과 달리, ‘37품’ 수행 지침
초기경전인 <니까야(아함경)>에는 37조도품이라는 수행법이 등장합니다. 37조도품이란 깨달음(道) 얻는 것을 도와주는(助) 37가지 법이라는 말입니다. 37조도품, 37조도법, 37품, 37보리분법 등 다양하게 불리는데, 초기경전에서는 ‘깨달음에 관계하는 법’ 즉 보리분법(菩提分法)이라는 뜻으로 빨리어로 보디빠끼야담마(bodhipakkhiyadhamma)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승불교권에서는 37보리분법은 보살이 아닌 성문이 닦아야 하는 수행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37보리분법은 보살도 닦아야 한다고 <대품반야경>에서는 강조합니다. “경에서 말하길, 보살마하살은 머무르지 않는 법으로써 반야바라밀 가운데 머물되 머문다는 생각을 내지 않음에 의해 사념처, 사정근, 사여의족, 오근, 오력, 칠각분, 팔성도분을 갖추어야 한다.”<대지도론>제19권
그렇다면 보살이 열반을 목적으로 하는 성문벽지불의 도(어쩌면 ‘소승’적 수행법이라고까지 폄하할 만한 법)까지 닦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만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살은 모든 수행법을 닦아야 한다”고 못 박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보살은 모든 중생을 다 살펴야 하고 도와주고 구제해야 하니, 37품으로 도울 수 있는 중생에게는 37품으로 다가가야 하므로 37품을 닦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세간과 열반을 금 그어서 분별하는 이들과는 달리 보살은 세간이 곧 열반임을 깨닫고, 그 열반이 곧 공이라는 지혜로까지 나아갔기 때문에 열반을 목적으로 하는 37보리분법을 보살이 닦는 것은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37가지나 되는 수행법을 다 닦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중 어느 것 하나만 확실하게 닦으면 될 텐데 말이지요. <대지도론>제19권에서는 사념처, 사정근… 팔정도에 이르기까지 다 닦아야 하니, 그 이유는 보살은 온갖 성향과 근기의 중생들을 만나고 제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곧 “중생들의 마음은 갖가지로 동일하지 않고, 번뇌 또한 갖가지이며, 저들이 원하는 것이나 이해하는 바도 갖가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약사가 한 가지 약으로 모든 병을 고칠 수 없으니, 병이 같지 않다면 약 또한 한 가지를 쓸 수는 없는 것과 같다.(중략) 37가지 온갖 약들이 화합해서 일체 중생의 병을 치유하기에 족하다”는 것이 <대지도론>의 입장입니다.
사념처, 사정근 등의 7가지 항목으로 나뉘는 37가지 수행법은 다시 열 가지 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열 가지란, 믿음(信), 계율(戒), 사유, 정진, 새김(念), 선정(定), 지혜(慧), 가뿐함(除·輕安), 기쁨(喜), 평정(捨) 등 입니다. 37가지 수행법을 이 열 가지에 다시 배치하면 이렇습니다.
믿음-신근(信根), 신력(信力).
계율-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진-사정근(四正勤),정진근(精進根), 정진력(精進力), 정진각지(精進覺支), 정정진(正精進).
새김-염근(念根), 염력(念力), 염각지(念覺支), 정념(正念).
선정-사여의족(四如意足), 정근(定根), 정력(定力), 정각지(定覺支), 정정(正定).
지혜-사념처(四念處), 혜근(慧根), 혜력(慧力), 택법각지(擇法覺支), 정견(正見).
이 가운데 사유는 팔정도 정사유(正思惟), 가뿐함과 기쁨과 평정은 칠각지 가운데 경안각지(輕安覺支), 희각지(喜覺支), 사각지(捨覺支)에 해당합니다.
37보리분법은 최근 니까야를 바탕으로 정확한 해석과 이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칼럼은 한문논전 <대지도론>이라는 텍스트를 다루는 까닭에 37보리분법에 대한 한문불교권의 전통적인 해석법을 다루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