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것, 괴롭다고 관찰해야

몸에 대한 범부와 수행자의 관점 차이

병통 제대로 관찰이 신념처〈身念處〉
“이 몸, 나라고 할 수 없음 알아야”

“이와 같이 몸이란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깨끗하지 못한 것이니 참으로 근심스럽고 싫어할 만하지 않는가!” <대지도론>제19권

‘이처럼 몸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몸이 지닌 병통입니다. 그런데 이 몸이 지닌 병통은 또 있습니다. 깨끗하지 못한데다 괴롭기까지 하다는 점입니다. 이 몸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가 하면 <대지도론>제19권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안팎의 괴로움이 모두 몸에서 나온다. 안의 괴로움이란 늙음과 병듦, 죽음이요, 밖의 괴로움이란 흉기나 무기로 인해 겪는 폭력, 추위와 더위, 굶주림과 목마름이다. 몸이 있기 때문에 이런 괴로움이 있는 것이다.”

더럽거나 깨끗하거나 간에 어떻게든 이 몸을 유지하자니 현실적으로 닥쳐오는 이런 일들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 중생의 실정입니다. 괴로운 것이 사실이고, 현실인지라 사람들은 몸의 괴로움을 저마다의 성향과 근기대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보통 사람들과 수행자들이 나뉘게 됩니다. 즉, 대부분 중생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괴로운 걸 어쩌겠는가. 생각을 바꿔 즐겁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괴로운 것도 즐거워질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수행자는 다릅니다. 괴로운 것은 괴롭다고 관찰해야지, 그걸 즐겁다고 관점을 바꾸지는 않는 것이 수행자입니다.

괴로움을 즐거움이라 여기는 중생들의 마음을 <대지도론>제19권에서는 사형수의 비유로 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형을 당하게 된 사람이 무기형이나 오랜 징역형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면 몹시 기쁘고 즐거워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사형이나 무기형이나 똑같이 괴로운 형벌이건만 사람은 무기형이 사형을 대신하기 때문에 그걸 즐거움이라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괴로움이 찾아오면 또 “왜 이리 괴로운가!”라며 울부짖고 절망에 빠지는 것이 범부중생입니다.

반면 수행자는 몸이란 것은 오직 깨끗하지 못하고 덧없고 괴로운 것인 줄을 압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그것을 즐겁고 깨끗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 대신 제 몸을 잘 길러줍니다. 즉 “부모가 자식을 낳았는데 자식이 매우 거칠고 잔인한 성품을 지녔다고 하자. 하지만 부모는 그 자식을 자기가 낳았기 때문에 저버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잘 길러주는 것과 같다”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대지도론> 설명에 따르면 몸이 지닌 병통은 깨끗하지 못하다(不淨), 괴롭다(苦)는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 가지가 추가됩니다.

이 몸은 실로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혹은 내가 아니다)는 사실입니다. 몸이 왜 진실로 나라고 할 수 없냐면, 자재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내 맘대로,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을 자유자재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몸을 가리켜 “내 몸이다”라고는 하지만 사실 몸처럼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대지도론>제19권의 비유를 보면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치 풍병에 걸린 사람이 몸을 구부리거나 젖히지도 못하고, 오가는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 목구멍이 막힌 병에 걸리면 말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이 몸이 그러하다. 어떤 물건을 지닌다면 마음대로 거두어 쓸 수 있지만 몸은 그러할 수 없으니 자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몸을 잘 관찰해서 나라고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몸이 지닌 병통을 제대로 관찰하는 것을 신념처(身念處)라고 한다는 것이 <대지도론>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