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은 착각에서 생겨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는 비결

보통 즐거움, 착각 인연으로 생겨

선정은 번뇌 없는 즐거움을 낳아

흔히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하듯 부처님 말씀도 끝까지 들어봐야 합니다. 부처님 말씀은 언제나 ‘행복’ ‘즐거움’으로 끝이 나기 때문입니다.

몇 회에 걸쳐 실은 이 연재물에는 ‘괴로움’이란 부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제발 좀 괴로운 건 괴롭다고 제대로 보자. 그래야만 진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간곡함 때문이었다고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수념처(受念處)를 설명하는 <대지도론> 제19권 해당부분에서 눈에 확 띄는 단어가 나옵니다. 바로 ‘즐겁다’는 말입니다.

뭐가 즐거운 것일까요? 번뇌가 없으니 즐겁고, 지혜가 많아 즐겁다는 것입니다.

이런 즐거움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선정에 들면 만날 수 있습니다.

선정의 즐거움과 보통 사람들의 즐거움이 뭐가 다른가요?

보통 사람들의 즐거움은 착각을 인연으로 생긴 것이기 때문에 그 속을 들여다보면 괴로움인 것이요, 성인들의 선정은 번뇌 없는 즐거움을 낳으니 어리석음과 착각에서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야말로 진짜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번뇌 없는 즐거움도 영원하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이 또한 진짜 즐겁다고 볼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선정의 즐거움은 마음에 집착을 일으키게 하지 않으니 문제될 것 없습니다. 이제 <대지도론>의 문장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중생들이 찾아다니는 즐거움은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다. 왜냐 하면 번뇌가 있는 법이라 덧없어서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지고 허물어질 것이요 그것은 자연히 괴로움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뇌가 없는 법은 마음에 애착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비록 덧없어서 달라진다 하더라도 근심, 슬픔, 괴로움 번뇌 등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괴로움이라 하지 않으며, 번뇌의 부림을 받지 않기 때문에 괴로움이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반문을 제기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번뇌 있는 즐거움(有漏樂)과 번뇌 없는 즐거움(無漏樂)이라…. 번뇌 있는 즐거움은 천박하고 혐오스럽고, 번뇌 없는 즐거움은 뛰어나고 미묘하니, 그 이유는, 천박한 즐거움은 집착을 낳고, 미묘한 즐거움은 집착을 낳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로군요. 하지만 미묘한 즐거움에 대한 집착이 더 크지 않을까요? 마치 금은보화에 대한 애착처럼 말이지요. 그에 비하면 천박한 즐거움이란 초목에 대한 애착 정도에 지나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번뇌 없는 즐거움이 더 강한 애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지도론>은 여기에 이렇게 답을 답니다.

“신선한 풀과 맑은 물이 넘치는 초원에 살고 있는 양이 있습니다. 그 양은 마음껏 풀과 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양 옆에 호랑이 한 마리가 있다고 한다면? 양은 배가 고프니 풀과 물을 먹겠지만 늘 긴장을 풀지 않기 때문에 살이 찌지 않을 것입니다.

번뇌 없는 즐거움도 이와 같아서 뛰어나고 미묘해서 지혜가 많고, 지혜가 많기 때문에 집착에서 떠날 수 있습니다. 번뇌 없는 즐거움을 누리지만 그 즐거움의 대상과 즐거움이란 느낌이 덧없고 비었다고 관찰하기 때문에 그에 물들거나 애착하지 않습니다.

성인이라는 양은 선정이라는 신선한 풀을 즐기되 덧없음의 호랑이에 잡아먹히지 않으니 애착의 살이 찌지 않는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