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몸보다 더 덧없다

“마음보다 빠른 어떤 법도 보지 못했다”

앞생각과 뒷생각이 같지 않아

항복받아 착한 길로 나아가야

수행을 통해 얻는 깨끗한 즐거움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즐거움과 괴로움 등의 느낌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즐거우면 영원히 즐거우리라 생각하고, 괴로우면 또한 영원히 괴로우리라 생각합니다. <대지도론>제19권에서는 즐거움, 괴로움,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음의 세 가지 느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일러주고 있습니다.

“세간의 즐거운 느낌은 괴롭다고 관찰하고, 괴로운 느낌은 화살과 같다고 관찰하며,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은 덧없어 무너지는 모습이라고 관찰해야 한다. 그리하면 즐거운 느낌에 대해 욕심부리지 않고, 괴로운 느낌에 대해 분노하지 않으며,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 대해 어리석은 생각을 일으키지 않게 된다.”

이것이 느낌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수념처(受念處)입니다. 그런데 수행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즉, “즐거움 때문에 몸을 탐하거늘, 누가 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마음으로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중생의 마음이 미치고 뒤바뀌어 이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 대지도론의 설명입니다. 이제 관찰의 대상은 ‘마음’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경에서는 마음에 대해 그리 좋은 말을 해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마음에 대해 몇 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첫째, 마음이 굉장히 똑똑한 줄 알고 있지만 우리의 착각은 이 마음이 사리분별을 못하고 뒤바뀐 까닭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둘째, 마음이 영원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육체에 대해 우리는 무상하다는 이치를 어렵지 않게 인정합니다. 하지만 몸보다 더 덧없는 이 마음이란 녀석에 대해서는 변하지 않는 것이라 착각하기 일쑤입니다. 마음이 얼마나 덧없는가에 대해서는 저 유명한 구절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마음은 이미 멸했으니 즐거움을 느낄 수 없고, 미래의 마음은 아직 생겨나지 않았으니 즐거움을 느낄 수 없으며, 현재의 마음은 아주 잠깐 머문다 해도 이내 사라지기 때문에 즐거움을 느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지도론>제19권

마음이 얼마나 재빨리 달아나는 것인지는 다른 경전에서도 여러 차례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마음보다 빠른 어떤 법도 보지 못했다. 마치 원숭이가 나무를 탈 때 나뭇가지 하나를 놓으면 이내 다른 가지를 붙잡는 것처럼,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것도 이와 같아서 앞생각과 뒷생각이 같지 않다. 마음이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로 빠르니, 언제나 마음을 항복받아서 착한 길로 나아가도록 공부해야 한다.” <증일아함경>제4권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에 마음은 960번 움직인다.” <안반경>

이렇게 변화무쌍한 마음을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마음의 부림을 받습니다. <불반니원경>에서는 “마음을 따라가지 말라. 마음에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일어나면 따라가지 말고, 항상 마음을 경계할 것이요, 마음이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순종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고 있으며, 법원주림에서는 “마음의 스승이 되어야지 마음을 스승으로 삼지 말라”라고 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대지도론>으로 다시 돌아오면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범부들은 그나마 몸이 무상한 줄은 알지만 마음이 무상한 줄은 알지 못한다. 몸이란 것은 10년이고 20년이고 머무르는 것처럼 보이기라도 하지만, 마음은 하루하루 아주 짧은 찰나에 생겼다 없어지며, 잠시도 머무르지 않으니 생기는가 싶으면 달리 생기고, 멸하는가 싶으면 또 달리 멸하니, 이것은 환술과 같아서 진실한 모습을 얻을 수 없다.”

즐거움을 느끼는 주체라 여겼던 마음이 덧없음을 아는 것, 이것이 사념처 가운데 심념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