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주인은 누구인가

어떻게 생계를 이을 것인가

종교인이 진지하게 고려할 숙제

그릇된 방식 아닌지 늘 반성해야

몸은 깨끗하지 못하고 덧없습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이 신념처(身念處)입니다. 그 몸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괴로움과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 또한 덧없습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이 수념처(受念處)입니다. 이런 세 가지 느낌은 마음을 따라서 일어나는데, 이 마음 또한 영원하지 않고 덧없습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이 심념처(心念處)입니다.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이어왔고, 이제 사념처의 마지막인 법념처(法念處)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대지도론> 제19권에서는, 수행자라면 모름지기 “마음은 누가 부리는가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나’라는 것은 인연화합으로 이루어진 것일 뿐, 실체가 없는 법이라고 알아야 하며, 이렇게 관찰하는 것이 법념처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념처에 대한 설명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사념처는 37조도품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교리입니다. 따라서 <대지도론>에서는 뒤이어 사정근, 사여의족,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매우 자세하고 복잡해서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는 사람이 아닌, 보통의 불자들에게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고백하건대, 제 얕은 식견으로 그 내용을 쉽게 설명해드리는 것도 무리이기에 자세한 설명의 해설은 여기서 멈추고자 합니다. <대지도론>의 방대한 숲에서 이 세세한 교리의 설명에 묶이면 이 연재가 1000회에 이르더라도 끝맺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팔정도를 소개하는 가운데 바른 생활(正命)에 대한 설명만을 잠깐 전해드리고 훌쩍 건너뛰려고 합니다. 모쪼록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팔정도 가운데 정명(正命)은 “다섯 가지 삿된 생활을 무루의 지혜로 제거해서 버리고 떠나는 것이다”라고 <대지도론>제19권에서는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다섯 가지 삿된 생활이란 어떤 것일까요?

“첫째, 수행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속임수로 특이한 모습을 꾸며 보이는 것이다. 둘째, 수행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자기 공덕을 말하는 것이다. 셋째, 수행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길흉을 점쳐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넷째, 수행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권위를 내세워서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하고 자신을 존경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 수행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미 얻은 공양을 자랑삼아 떠들어대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다. 이렇게 그릇된 방법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까닭에 삿된 생활(邪命)이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생계를 잇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세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요, 세속을 떠나 오롯하게 수행의 길에 들어선 출가수행자인 스님들도 생계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바른 방식으로 생계를 잇느냐, 그릇된 방식으로 생계를 잇느냐. 이 점은 세속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어쩌면 종교인들에게 바른 방식의 생계가 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일반 대중들은 종교인들(성직자나 수행자들)의 말 한 마디에 온 재산을 바치거나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맡기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종교를 표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그릇된 방식으로 사람들의 공양을 구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늘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

한편, 지금까지 37조도품에 대해 자세하고 치밀하게 전개한 뒤에 <대지도론>에서는 이렇게 매듭을 짓습니다. “이것이 성문의 법에서 분별한 이치이다. 그렇다면 마하연에서는 37품의 이치를 어떻게 말하는가?”

이렇게 질문을 꺼낸 뒤에 그 대답을 시작합니다. 또다시 길고 긴 37조도품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때의 내용은 지금까지 해왔던 성문법의 설명이 아닌, 마하연 즉 대승의 입장에서 내놓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반야’의 이치를 밝힌 <대품반야경>의 주석서(해설서)인만큼 <대지도론>은 마하연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이제부터는 간단하나마 대승에서 37조도품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