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냄, 원한, 괴롭힘에 대하여

사무량심③-성냄, 원한, 괴롭힘에 대하여

자애는 괴로움 없애고 즐거움 줘

자꾸 자애를 일으키는 연습해야

자애는 마음에서 성냄이나 원한을 없애고 남을 괴롭히려는 마음까지도 잠재웁니다. 그래서 마음에 ‘자애’를 자꾸 일으키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이런 연습을 열심히 하면 마음에 자애로움이 가득 차게 되어 언제 어디서나 자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지도론> 제20권에서도 바로 그것을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비구가 자애와 어우러진 마음(慈相應心)으로 화내거나 한을 품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괴롭히지 않으며, 넓고 크고 한량없이 잘 닦는다. 그러면 자애로운 마음이 막힘없이 세상을 두루 채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대지도론>에서는 ‘화를 낸다’거나 ‘원한을 품는다’ ‘괴롭힌다’라는 것에 대해 자세하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먼저 성냄이란 무엇일까요?

“인연이 있건 인연이 없건 사람들은 누군가를 향해 화를 내고, 욕을 하거나 비난하고 나아가 해치려 하거나 뭔가를 빼앗으려 한다. 이것이 성냄(瞋)이다.”

그리고 원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립니다.

“때를 기다리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서 세력을 얻은 뒤에는 해를 가하려 한다. 이것이 한(恨)이요, 한(恨)이 곧 원망(怨)이니, 처음에 꺼리는 것이 한이요, 한이 오래 되면 원망(怨)을 이루게 된다.”

마지막으로 괴롭힘에 대한 정의입니다.

“그리고 원망하면서 몸과 입의 업으로 해를 가하니 이것이 괴롭힘(惱)이다.”

단순히 ‘화가 나서 해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이런 차례로 천천히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습니다. 대지도론에서는 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처음 성냄이라는 번뇌가 생기는 것을 성냄(瞋)이라 하고, 성냄이 계속 불어나서 자꾸 헤아리고 따지며 굳게 지니고, 속으로 아직 해결을 보지 못한 것을 한(恨)이라 이름하고 또한 원망(怨)이라 부른다. 만일 마음이 (복수하기로) 굳혀져서 거리낄 것이 없어지면 이것을 괴롭힘(惱)이라고 부른다.”

상대방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마음을 서둘러 버리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고서 자꾸 떠올리는 것이 중생들의 버릇입니다. 자꾸 떠올리다보면 상대를 향한 분노와 원한이 점점 더 커져가고 상대를 혼내줄 생각만 하게 됩니다. 하지만 행동으로 아직 표현되지 않으니 이때까지의 상태가 바로 ‘원한’이라고 합니다. 분노는 솟구치는 불길과도 같다면, 원한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언제 뿜어질지 알 수 없는 용암과도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어떤 결정을 내립니다. 상대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기로 말이지요. 그리하여 행동에 나서니 그게 바로 ‘괴롭힘’이라고 <대지도론>에서는 설명합니다.

하지만 수행자라면, 종교인이라면 이 세 가지 즉 성냄과 원한과 괴롭힘을 버리고 떠나야겠지요. 이 세 가지를 버리고 떠난 마음을 부처님은 ‘자심(慈心)’이라 부르며 찬탄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애를 왜 닦아야 할까요? 그건 바로 자애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즉, <대지도론>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모든 존재들은 한결같이 괴로움을 두려워하고 즐거움에 매달리는데, 성냄이 괴로움의 인연이요, 자애는 즐거움의 인연이니, 중생들이 이와 같이 괴로움을 없애주고 즐거움을 준다는 자애삼매(三昧)에 대한 가르침을 들으면 일심으로 부지런히 이 자애삼매를 실천하려 애를 쓴다. 이리하여 성냄도 없고 한도 없고 원망도 없고 괴롭힘도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