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심 32가지

사무량심⑦-보살의 마음에는 지혜가 반, 슬픔이 반

자애심은 참으로 한없는 것

대승경전은 연민심 중요시 해

자비희사 네 가지는 순서가 바뀌지 않습니다. 네 가지 모두 다 소중한 수행덕목이지만 ‘자애심(慈)’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앞에 위치한다는 설명도 <대지도론>에서는 합니다.

“자애심은 참으로 한없는 것이니, 자애심은 왕과 같고, 나머지 셋은 그를 따르는 백성과 같다. 왜냐하면, 자애심(慈)으로 모든 생명체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즐거움을 얻지 못한 자를 보면 연민심(悲)이 생기고, 생명들이 괴로움을 떠나게 하여 저들이 진리의 즐거움을 얻으니 기쁨(喜)이 생긴다. 이 세 가지 즉 자애심, 연민심, 기쁨에 증오와 애탐, 근심이 없기 때문에 담담한 마음(捨)이 생긴다.”

이렇게 자애심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뒤의 세 가지 마음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 대승경전에서는 연민심(悲)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지도론>에서는 <명망보살경(明綱菩薩經)>의 다음 구절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보살은 중생들 속에 머물면서 32가지 연민(悲)을 실천하고, 점점 넓혀서 마침내 커다란 연민(大悲)을 이룬다. 커다란 연민이란 모든 보살이 쌓는 공덕의 근본이 되니, 이것은 바로 반야바라밀의 어머니요, 모든 부처님의 할머니다. 보살은 커다란 연민으로 반야바라밀을 얻고, 반야바라밀을 얻기 때문에 붓다를 이룰 수 있다.”

커다란 연민이 반야바라밀의 어머니요, 모든 부처님의 할머니라는 이 문장은 읽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세상을 환히 밝히는 이치를 깨닫는 것 못잖게 그 마음에 온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 대해서 커다란 연민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불자의 가슴에는 저마다 커다란 슬픔(연민)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 슬픔이 나를 부처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지혜만이 나를 부처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커다란 슬픔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불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커다란 슬픔 즉 큰 연민심(大悲心)에 32가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명망보살경>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경은 다른 이름으로 널리 유통되고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사익범천소문경(思益梵天所問經)>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 수많은 보살마하살과 온갖 중생들이 몰려든 가운데 명망보살이란 이가 가르침을 청하는 것으로 이 경은 시작합니다. 부처님께서 그의 청을 받고 설법을 하시자 커다란 기쁨을 느낀 명망보살이 다시 한 번 청합니다.

“모쪼록 부처님 몸으로 빛을 내비치셔서 이 사바세계뿐만 아니라 저 멀리 떨어진 다른 국토의 보살들이 그 빛을 쐬고서 궁금한 점을 여쭈러 이 사바세계로 올 수 있게 해주십시오.”

부처님은 그의 청을 또 받아들여서 헤아릴 수 없는 빛을 내십니다. 그러자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일월광여래라는 부처님의 국토에 머물고 있는 사익(思益)이라는 보살범천이 그곳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사바세계로 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다른 불국토에서 온 사익범천을 가리켜 이렇게 칭찬하십니다.

“명망보살이여, 그대는 이 보살을 보고 있는가? 바로 이 보살은 바르게 질문하는 보살 가운데 으뜸가는 이다. 법을 잘 분별하는 보살 가운데, 적당한 때에 자유자재하게 법을 설하는 보살 가운데, 의심을 해결하는 보살 가운데 으뜸가는 이다.”

바르게 질문하는 보살 가운데 으뜸가는 사익범천보살은 여러 가지 질문을 부처님께 드리는데 그 중에 하나가 큰 슬픔, 커다란 연민심(大悲)입니다.